2024.11.23. 토
자전적 에세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소설가들의 에세이는 귀하게 읽힌다. 허구 뒤에 숨어 존재하던 익명의 아무개를 비로소 대면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디에센셜 한강>을 셀렉한 가장 큰 이유는 마지막 부분에 수록된 산문 때문이었다. 매일 30분씩 읽어 오늘에서야 드디어 산문을 읽기 시작했다. 나는 항상 허구의 이야기에 마음이 더 동하는 편으로, 문학 중에서도 소설을 지극히 편애하면서도, 늘상 작가의 말에 가장 많은 밑줄을 치곤 했다. 길고 긴 작가의 말을 읽는 것 같은 한강의 산문은 그녀의 작품과는 달리 무척이나 소소하고 일상적이며 제법 밝은 기운까지 풍기고 있음에도, 나는 어쩐지 거푸 울컥거리게 된다. 아마 내일이면 마지막 장을 덮을 수 있겠다.
내년부터는 플로팅 일기 대신 감우 일기로 제목을 바꿔 일기를 써 볼까 싶다. 플로팅 일기라고 제목을 붙여놨더니 각 잡고 플로팅 운영 일지를 써야 될 것만 같은 부담이 생기는 탓이다. 플로팅의 하루는 쓸 거리 없는 날이 더 많은데도 말이다. 우리가 일기 쓰기를 지속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생각도 든다. 자고로 일기에는 하루 일과를 기록해야 한다는 압박이, 그러나 우리의 삶은 대체로 쳇바퀴처럼 비슷비슷한 하루가 반복된다는 사실이, 우리로 하여금 아무것도 쓸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플로팅에서 판매하던 독립서적 <일기를 쓰려는데 아무 일도 없었어>는 위와 같은 이유로 많은 분들의 공감을 얻으며 꽤 많이 판매되었다.
모든 것이 처음이라 매일 매 순간이 도전이 될 시간들을 기록하고 싶어 제목을 플로팅 일기로 지었다. 솔직히 말하면 일종의 마케팅적 사고의 결과이기도 하다. 옆집 아무개의 일기는 안물안궁이겠지만, 첫 사업을 시작한 초보 사장의 운영 일기라고 하면 좀 더 쉽게 호기심이 생길 테니까 말이다. 그러나 이제는 정말, 순수한 의미의 나만을 위한 글쓰기를 해 보아도 좋지 않겠나 싶다. 적어도 일기만큼은, 타깃을 바깥에 두지 않아도 좋지 않겠냐고, 내 안의 내가 말하고 있다. 때론 플로팅과 상관없이 일기장에 쓰고 싶은 이야기들이 있기 마련이니까.
플로팅 일기를 처음 시작할 때는 플로팅 인스타 팔로워보다 브런치 구독자가 더 많았다. 그러니까 일기로 인해 플로팅 손님이 늘지 않을까 하는 사심이 좀 담겨 있기도 했는데, 사실은 그보다 플로팅이 마음에 들어 일기에 관심을 가지시는 분들이 조금 더 많은 것 같다. 지독히도 늘지 않는 브런치 구독자와 달리, 그사이 플로팅 계정은 팔로워가 제법 늘었다. 난 어쩌면 글쓰기보다 인스타그램에 더 소질이 있는지도. 30년을 넘게 살았지만, 나도 나를 여전히 알아가고 있다. 일기에는 어쩌면 그런 것들을 써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나를 알아가는 지난하고 조심스러운 과정을.
1. 살짝 처형대 느낌이긴 하지만 나뭇가지 트리의 꼭대기를 장식한 새앙쥐 오너먼트 구입.
2. 내생에 제일 비싼 연필 쇼핑. 근데 이거 레어템이래요. (프로 호갱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