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우리의 영화잖아
어바웃 타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은 것으로 안다.
하지만 우리 부부에게는 특히, 특별한 영화다.
카페에서 스몰 웨딩을 치룬 우리는 식 진행도 조금 특별했는데
일단 신랑측 부모님이 손을 잡고 동시에 입장하고
그 후 신부측 부모님이 동시 입장을 하고
마지막으로 신랑과 신부가 손을 잡고 입장했다.
이 때 우리의 행진곡이 바로 어바웃 타임의 주제곡이었다.
컬러풀하게 꾸민 식장 분위기와
내가 입은 미니 드레스와
신랑의 남색 자라 수트와
알록달록 화사한 부케가
제법 잘 어우러졌다고 생각한다.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는 남자가
사랑을 쟁취하고, 삶을 대하는 방법에 대한 영화
어바웃 타임
오랜만에 이 영화를 다시 봤다.
제주도에 가서, 숙소에 놓인 코타츠 속에 들어앉아
스크린을 내려 빔을 쏘면서.
오랜만에 다시 보자며 영화를 틀었을 때
남편이 "이건 우리 영화잖아" 말했다.
나는 뭔 소리야 하며 무시했는데
알고보니 이 영화의 주제곡이 우리의 행진곡이었던 거다!ㅋㅋ
섬세한 남편은 그걸 잊었냐고 서운해하고
나는 그걸 잊은 나 자신에게 어이가 없었다.
오랜만에 다시 봐도 설렘은 여전했고
아버지와의 이별 장면에서는 역시나 눈물이 흘렀다.
남편에게
당신이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다면 어느 순간으로 돌아가고 싶으냐고 물었다.
남편은
우리가 막 시작하던 순간에, 영화 속 주인공처럼 밤새 목적도 없이 거리를 헤메며
무슨 말인가를 끊임없이 나누었던 것 같은데
대체 무슨 이야기를 했던 건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고.
그 이야기들이 궁금하다고 말했다.
밤새 정처 없이 헤메던 순간들은 또렷한데,
그 때 나눈 이야기들은 나도 기억이 나질 않았다.
우린 정말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끝도 없이 쏟아냈던 걸까.
기억하지 못하지만, 기억할 수록 예쁜 기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