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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우 Dec 17. 2019

어바웃타임

이건 우리의 영화잖아

어바웃 타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은 것으로 안다.

하지만 우리 부부에게는 특히, 특별한 영화다.


카페에서 스몰 웨딩을 치룬 우리는 식 진행도 조금 특별했는데

일단 신랑측 부모님이 손을 잡고 동시에 입장하고

그 후 신부측 부모님이 동시 입장을 하고

마지막으로 신랑과 신부가 손을 잡고 입장했다.


이 때 우리의 행진곡이 바로 어바웃 타임의 주제곡이었다.

컬러풀하게 꾸민 식장 분위기와

내가 입은 미니 드레스와

신랑의 남색 자라 수트와

알록달록 화사한 부케가

제법 잘 어우러졌다고 생각한다.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는 남자가

사랑을 쟁취하고, 삶을 대하는 방법에 대한 영화

어바웃 타임


오랜만에 이 영화를 다시 봤다.

제주도에 가서, 숙소에 놓인 코타츠 속에 들어앉아

스크린을 내려 빔을 쏘면서.


너무 아늑해서 꿈 같았던 공간

오랜만에 다시 보자며 영화를 틀었을 때

남편이 "이건 우리 영화잖아" 말했다.

나는 뭔 소리야 하며 무시했는데

알고보니 이 영화의 주제곡이 우리의 행진곡이었던 거다!ㅋㅋ


섬세한 남편은 그걸 잊었냐고 서운해하고

나는 그걸 잊은 나 자신에게 어이가 없었다.


오랜만에 다시 봐도 설렘은 여전했고

아버지와의 이별 장면에서는 역시나 눈물이 흘렀다.


남편에게

당신이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다면 어느 순간으로 돌아가고 싶으냐고 물었다.

남편은

우리가 막 시작하던 순간에, 영화 속 주인공처럼 밤새 목적도 없이 거리를 헤메며

무슨 말인가를 끊임없이 나누었던 것 같은데

대체 무슨 이야기를 했던 건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고.

그 이야기들이 궁금하다고 말했다.

밤새 정처 없이 헤메던 순간들은 또렷한데,

그 때 나눈 이야기들은 나도 기억이 나질 않았다.


우린 정말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끝도 없이 쏟아냈던 걸까.


기억하지 못하지만, 기억할 수록 예쁜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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