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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우 Dec 26. 2019

성대한 둘만의 크리스마스 파티

우리가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방법

우리 부부는 크리스마스를 정말 좋아한다.

일 년 중 가장 좋은 날을 딱 하루만 꼽으라면

남편도, 나도, 고민 없이 크리스마스라고 이야기할 것이다.

남편과 같이 살게 된 날부터 우리는

크리스마스에 집 밖으로 나가 본 적이 없다.

언제나 집에서, 오로지 둘이서

우리는 그렇게 크리스마스를 보낸다.


작년부터 추가된 일정이 하나 있는데

그건 바로 크리스마스 쿠키!

작년에 조금 어설펐던 우리의 실력은

일 년 새 제법 성장했고

올해는 꽤 그럴듯한 크리스마스 쿠키가 탄생했다.


쿠키 틀로 트리 모양을 완성한 뒤 아이싱으로 꾸민다.
하늘색은 남편 작품, 흰색은 내 작품
어디서 본 건 있어서 m&m 초콜릿도 한번 박아 봤다

사실 올해는 크리스마스 즈음으로 여러 가지 일이 겹쳐

슬쩍 건너뛸까 생각했는데

쿠키를 만드는 모든 과정을 남편과 함께 하다 보니

안 했으면 어쩔 뻔했나 싶게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새벽 4시까지 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ㅎ)


크리스마스 쿠키를 만들면 좋은 점은

1. 남편이 회사에 생색을 낼 수 있고

2. 하루 전부터 크리스마스 기분을 듬뿍 느낄 수 있고

3. 딱히 없네? ㅋㅋㅋ


남편과 나는 우리만의 전통을 만드는 걸 좋아하고

전통이 될 만한 걸 하나씩 발견할 때마다

사이가 조금씩 돈독해지는 느낌인데

23일에 크리스마스 쿠키를 만드는 일이

우리의 새로운 전통으로 공식 인정되었다.


크리스마스 파티는 둘이 먹기에는 너무 많은 듯하게

음식을 준비하는데

가짓수도, 양도, 푸짐하게 만들어 놓으면

다음날까지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우리의 파티는 늘 크리스마스이브에 시작되고

자정을 넘어가는 순간까지 지속된다.

올해는 제주도 여행에서 너무 맛있게 먹었던 소꼬리 스튜를 만들어 보았고

스테이크와 크림 파스타들 곁들였다.

샐러드 대신 파프리카와 무순을 넣어 돌돌 만 연어롤을

가벼운 핑거푸드로 세팅했더니 제법 그럴싸한 잔칫상이 완성되었다.


쿠키와 마찬가지로 크리스마스 요리 또한

매년 발전하고, 매년 화려해지는 듯하다.


데코는 남편 담당. 역시 나보다 센스가 좋다.


둘이 살면서 8인용 식탁을 산 건, 정말 잘한 일이었다.
올해는 샴페인이 선물로 들어와 더 기분을 낼 수 있었다.

우리 부부가 케이크를 먹는 날은

일 년 중 네 번

생일, 결혼기념일, 크리스마스!

케이크는 파티에 빠질 수 없는 필수 요소다.

올해는 큰 맘먹고 거금을 들여 주문 케이크를 준비했다.


이렇게 예쁜 케이크는 난생처음
올해는 기념일이 겹쳤다! 25일이 우리가 만난 지 딱 2000일 되는 날! 2000만큼 사랑해!
가까이서 보면 더 귀여운 산타 할부지! 올해는 남편에게 멜로디 카드를 받았다!


야심차게 준비한 케이크는 기대 이상으로 예뻤는데

태어나서 먹어 본 케이크 중 가장 달았다....ㄷㄷ

케이크를 먹는 날이 귀한 만큼

케이크를 사면 양껏 퍼먹는 게 우리의 낙인데

이건 빵칼도 들어가지 않을 만큼 단단할뿐더러

한입 먹으니 더 못 먹겠더라ㅜ

냉동실에 얼려놓고 조금씩 아껴 먹어야겠다.


우리가 선물을 주고받는 날 또한 일 년에 네 번!

위와 동일하게

생일과 결혼기념일, 그리고 크리스마스다.

생일은 조금 큰돈을 들여 선물을 준비하고

크리스마스와 결혼기념일은

5~10만 원 선의 소소한 선물을 준비하는데

올해는 둘 다 미리 땡겨 받아 버렸다ㅜ

남편은 거의 한 달 전쯤에

세일하는 야상 패딩을 받았고

나는 23일에 체리 핑크 색 칸켄백을 받았다.


우리는 거의 모든 선물을 각자 고르고 상대방은 결제만 해 주기 때문에

주는 기쁨을 좀처럼 느껴 볼 수 없다.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주는 기쁨까지 고려해

깜짝 선물을 준비한 뒤 이브 파티에 교환하기로 했는데

결국 둘 다 성공하지 못했다.

우리에게 깜짝 선물 같은 건 맞지 않는가 보다 ㅋㅋ


그럼에도 풍성했던 크리스마스!


캐나다에 사는 친구가 과자와 과도, 실리콘 주걱

그리고 사진에는 없지만 캐나다산 꿀과 스테이크 시즈닝용 솔트를 선물해 줬고

남편은 내가 원하던 칸켄백을 내 취향에 꼭 맞는 컬러로 골라 왔으며

생각지 못했던 샴페인 한 병과

옆자리 동료에게 받은 원두까지 모여 테이블을 가득 채웠다.


친구에게 받은 포토 카드가 너무 의미 있고 마음에 들어

우리도 내년에는 포토 카드를 만들기로 약속했다.

어쩌면 새로운 전통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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