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년을 벌써 보내야 한다고?
난 연말이 되면 꼭
1999년의 마지막 날이 생각난다.
그때 나는 초등학교 2학년이었는데
Y2K라는 말을 태어나 처음 접하자마자
갑자기 세상이 분주하게 돌아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작은 집에 온 가족이 모여
지구 종말 영화를 봤더랬지..? ㅋㅋㅋㅋ
지금 생각해 보면 우리 엄마는
어린 나에게 너무 엄청난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하지만 그게 이제껏 맞이한 연말 중
가장 특별하고 특이한 연말이었고
그 후로는 그냥, 어제와 같은 오늘을 보냈던 것 같다.
크리스마스에 한껏 들떠 있다가
갑자기 마음이 차분해지면, 이제 해가 바뀔 때가 된 것이다.
나는 그래도 일 년 중 12월이 제일 좋고
연말에서 새해로 넘어가는 순간이 매번 기다려진다.
왠지 과거를 깨끗하게 세탁하고
새 마음 새 뜻으로
새로운 해를 맞이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랄까?
한 해의 마지막 날에
내년 목표와 계획을 세우는 일은 얼마나 설레냐구!
왠지 다 이루어질 것만 같은 희망에 잔뜩 부풀어
아무 말이나 나불대다 보면
A4 한 페이지를 빼곡히 채우는 건 금방이지!
그치만 올해는 목표와 다짐을 과감하게 생략하려 한다.
지금껏 살면서
첫날에 지껄인 목표를 돌아보며
마지막 날 뿌듯하게 고개를 끄덕여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으니까..
올해는 목표를 세우지 않는 것이 목표다.
다만, 내년에는 좋은 습관을 좀 더 많이 만들고 싶다.
거창하지는 않지만 꾸준히 지켜나갈 수 있는 것들.
물론 거기에는
뻔하디 뻔한 영어공부라든가
운동, 다이어트 같은 것들이 포함돼 있지만
하나 달라진 게 있다면
생각해 둔 것을 지키지 못하더라도
나 자신에게 실망하거나, 스스로를 비난하지 말기.
새해 목표 하나도 못 지켜도
지구 종말 같은 건 일어나지 않았잖아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