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볼 때마다 한쪽 가슴이 아프다.
중구난방으로 지껄이는 내 비루한 브런치에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는 글이 하나 있다.
바로 너의 이야기다.
https://brunch.co.kr/@cdb1063/10
저 글을 쓰면서도 나는, 참 많이 울었었는데
마지막을 향해 내달리는 듯한 너의 모습을 보니
저 때는 그래도 행복한 시간이었구나 싶다.
너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말을 듣고
엄마 집으로 달려갔을 때
나는 너의 쌕쌕 대는 숨소리와 힘겹게 내지르는 탄식 같은 신음을 들었다.
네가 너무 안쓰럽고, 네게 너무 미안해
나는 마음 놓고 울 수조차 없었다.
사료를 끊은 지 12일이 되었다고 했다.
간신히 먹이던 츄르와 물까지 끊은 지 이틀.
앙상하게 뼈만 남아 바닥에 납작 엎드려 있는 너를 보고 있자니
정말 미칠 것만 같았다.
금요일에 퇴근하자마자 달려가
너를 붙잡고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네가 처음 나에게로 왔던 날의 속삭이는 울음소리
주먹만 한 아기가 식탁 위에 있던 빵을 훔쳐다
자기 밥그릇에 올려놓고 몰래 먹었던 일
네가 갑자기 내 손목을 할퀸 날
우리 함께 이사 다녔던 집들
내가 어거지로 데려온 바둑이
아빠 사무실에서 베이사로 회사를 누비던 순간들
얘기를 하다 보니, 정말 긴 세월을 너와 함께 했더라.
나의 10대와 20대는 전부 너와 함께였어.
진통제를 맞추러 병원에 가니
의사 선생님이 입안이 많이 괜찮아졌다고
먹을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적인 말을 해 주셨다.
너를 데리고 와 곧장 츄르를 주사기에 넣어 입 속으로 밀어 넣는데
신통하고 기특하게도 너는 그걸 꼴깍꼴깍 받아먹었잖아..
그래서 나는 네가 그렇게 급하게 가 버릴 줄은 몰랐다.
우리 모두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는 해도
사실 너를 보낼 준비라는 걸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밥이랑 물을 조금씩 먹어 주는 너를 보며
그래도 조금은 더 살겠구나 안도해 버렸다.
오늘은 병원에 가서 끊었던 영양제도 다시 맞추고
검사도 다시 받아 보자고 희망찬 얘기를 하고서는
옷 갈아입으러 집에 잠깐 들렀는데
그 사이 네가 갈 줄이야......
전날 밤 자고 있는 나를 발치에서 가만히 바라보던 네가 생각났다.
잘 앉지도 못하던 네가 앉아서 나를 지켜 보는 걸 보며
나는 그저 기력이 돌아온 줄로만 생각했다..
너는 나에게 인사를 한 거였어...
너의 마지막 모습은 정말이지 편안해 보였다.
어찌나 아기같이 예쁜 모습으로 누워 있던지
그냥 곤히 잠들어 있는 것만 같았어.
온 가족이 함께 보내줄 수 있도록 토요일 오후에 급히 가버린 네가
마지막까지 어찌나 짠하면서도 고맙던지.
없는 집 자식은 일찍 철이 들어 부모 마음을 아프게 한다는데
그게 꼭 너를 두고 하는 말 같아.
그래도 오래 고통받지 않고 떠난 게 다행스럽기도 하다.
이렇게 오래 함께한 반려동물을 보낸 건 네가 처음이었는데
마지막까지 우리를 배려하듯 착하게 떠난 너를
나는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
이 글을 쓰기 시작한 건 네가 아직 떠나기 전이었는데
자꾸만 눈물이 복받쳐서 쓰다 멈추기를 반복하다 보니
결국 네가 떠난 지 2주가 지난 오늘에야 이 글을 마무리하네.
그래도 너의 모든 생에 내가 함께할 수 있어서
마지막을 온전히 함께 보내 줄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고 생각해
사랑하는 베리야,
우리가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다면
그때는 못다 한 이야기를 더 해줄게.
네가 떠난 이후로도 나는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고
그때는 내가 다 이야기해 줄게.
네가 내 고양이여서 정말 행복했어.
네가 내 가족이 되어 줘서 정말 고마웠어.
내가 준 건 별로 없는데, 네가 준 건 너무나 많아서,
그걸 마지막 순간에서야 깨닫는 못난 나라서
정말.. 미안해..
잘 가 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