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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딘 날로 살아가기

2025.02.09. 일

by 감우

오랜만에 남편 데리고 출근했다가 잔소리만 한 바가지 듣고(더럽다고 ^^), 결국 남편은 옆에 앉아서 간식만 주워 먹다 쫓겨남. 역시... 같이 일은 하지 말자 우리....


오늘은 어제보다 손님이 적었지만, 매출은 나쁘지 않았음. 오랜만에 책이 세 권이나 팔렸다. 책방을 기대하고 플로팅을 찾는 손님들이 제법 계시다 보니 책 비중을 조금 늘려봐도 좋지 않을까 싶은 요즘. 원래 오늘 책 주문하려 그랬는데... 왜 벌써 여덟 시가 넘은 거지..? 책이 제법 팔린 바람에 새 책을 좀 들여볼까 싶기도 하여, 그냥 다음 주에 느긋하게 주문하기로 한다.


어제 재고 하나 남았다고 말했던 만년필의 마지막 재고가 오늘 팔렸다. 괜찮은 입문용 만년필을 좀 더 발굴해 봐도 좋겠다는 생각. 어제 만년필 피드 올린 것을 보고 인스타로 연을 맺게 된 사장님 한 분이 카키모리 신상 만년필을 네 자루나 가져다주셨다...! 샘플로 받으셨는데 만년필을 안 쓰신다며...ㅜㅜㅜㅜ 이건 너무 대박이잖아요....ㅜㅜㅜ 2층에 새로 오픈한 파티룸 사장님이 쿠키를 가져다주셨고, 아랫집 사장님이 직접 키운 레몬으로 레모네이드까지 가져다주시더니, 마감즈음에는 이웃 제과점 사장님의 케이크 선물까지..! 이 은혜들을 다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플로팅을 운영하며 받은 게 너무 많아요.


나는 가끔 내가 썼던 글을 다시 읽는데, 어제 별생각 없이 지난 일기들을 읽다 재미있는 내용을 발견했다. 옆 건물 소품샵이 오픈을 준비 중인 때의 일인데, 주변에서 경쟁 상대 들어온다고 걱정을 하지만, 나는 경쟁 상대라고 생각하지도 않거니와 오히려 좋다고, 이게 다 내가 대인배이기 때문이라고 농담을 섞어 써둔 글이었다. 그로부터 몇 달이 흘렀다. 그 사이 옆 건물에 새로 오신 소품샵 사장님은 너무나도 든든한 나의 동료가 되었다. 업종이 유사하다 보니 나눌 것도, 배울 것도 많아 빠르게 가까워졌고, 진심으로 서로를 응원하는 사이가 되었다는 아름다운 소식.


언젠가의 나는 예민하게 날선채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때가 있었던 것도 같은데, 요즘은 되도록 둥글둥글하게 살고 싶다. 나는 누구와도 경쟁하거나 싸우고 싶지 않고, 그저 묵묵히 내 길을 걸어갈 수 있는 힘만 허락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나는 정말이지 싸움이 싫고, 이기고 지는 판에 들어가 이기거나 지고 싶지도 않다. 나는 승부욕이 강한 편으로, 지는 것을 누구보다도 싫어하지만, 꼭 그만큼, 패자의 얼굴을 지켜봐야 하는 입장도 힘겨워한다. 그러니까 나는, 앞으로의 내게 허락된 날들도, 되도록 무딘 날로 살아가 보려 한다. 불편한 상황도 바보처럼 웃어넘기며, 싸울 바에는 하나 양보하고 마는 마음으로, 누가 나를 얕보거나 무시할까 걱정하지도 말고, 그러라면 그러라지 하는 마음으로. 내가 먼저 마음을 열면, 누구라도 내게 마음을 열어준다는 것을, 플로팅을 운영하며 매일 느끼고 있다.


나는 한편으로 무척이나 물렁한 인간이 되었고, 또 한편으로는 바위보다도 단단해졌다. 나의 길지 않은 생중에 지금의 내가 가장 좋다는 건 최고의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옆집 사장님이 찍어준 오늘의 나. (우리 꼭 같이 성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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