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2.23. 일
어제보다는 적은 손님이 오셨지만 나쁘지는 않은 수준. 오늘 장부 정리하다 문득 궁금해져서 작년 매출 TOP3를 정리해 보았는데, 이대로라면 이번 달엔 무난하게 작년 매출 TOP2까지는 갱신할 수 있을 것 같고요, 이제 첫 달 매출만 넘으면 됩니다...! 첫 달 매출의 벽 진짜 높다 높아.... 이번 달에는 잘하면 수입이 지출을 앞서려나 싶기도 하지만..... 그건 첫 달 매출을 넘는 것보다도 어려워 보이니, 참, 어쩌라는 거냐고요! 그래도 사입 비용은 네, 뭐.... 재고도 재산이니까요 ^_^
어제는 서로를 거짓 없이 순수한 사이라 부르게 된 플로팅 초창기부터의 vip 고객님이 아이들을 데리고 방문하셨다. 내가 직접적인 질문을 한 적은 없지만 아마도 교포인 것 같은 그분은 "한국 사람들은 이 가격에 이런 거 절대 안 살 텐데." 하는 이야기를 몇몇 상품을 보며 말하곤 했다. 그분의 예측이 대부분 적중했으므로 나는 그분의 안목을 꽤나 신뢰하게 되었고, 그래서 나도 딱히 잘 팔리는 척 같은 건 하지 않고 그분이 옳았음을 솔직하게 고백하는 편이다. 그런데 그분은 꼭 본인이 그렇게 말한 상품을 좋아하셔서(?) 재미있는 티키타카가 형성되는 일이 많다.
막내와는 한 번 플로팅을 방문하신 적이 있는데, 아들이 셋이나 있었다는 것은 어제 처음 알았다. 굉장히 친밀하고 친구 같은 관계성으로 보였던 그들 부자는 보고만 있어도 왠지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여기 아빠가 진짜 좋아하는 가게야. 그래서 너네 꼭 데려오고 싶었어."말하는 아빠와 "이런 걸 어디서 가져오셨어요?"하고 내 앞에서 수줍게 묻는 아이가 귀여워 인스타 팔로우하면 드리는 마그넷을 하나씩 골라 가시라 권해드렸다.
나는 이분이 인스타그램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조건 없이 받는 것이 미안했던지 오히려 아이 쪽에서 "아빠 그냥 인스타그램 해"라고 말하는 것 아닌가. 그렇게 인스타그램에 대한 부자의 짧은 대화가 시작되었다.
"아빠 인스타그램 진짜 싫어하잖아."
"왜 싫어?"
"아빠는 남이 어떻게 사는지 궁금하지도 않고, 딱히 보고 싶지도 않아. 그냥 우리끼리 행복하고 즐겁게 살면 되는 거지, 안 그래?"
누구보다도 인스타그램에 열심인 나지만, 나는 이상하게 인스타그램을 안 한다는 손님들을 만나면 그분이 조금 좋아진다. 전에도 한 분이 비슷한 이야기를 하셨다. "너무 많은 것들에 노출되는 세상이잖아요. 조금 조용하게 살고 싶어서요." 그때도 나는 팔로우를 권하다 말고 나도 모르게 고백하듯 말해버렸다. "네, 맞아요. 하지 마세요!"
그러니까 내가 플로팅을 하지 않았다면, 나도 저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됐을까?
인스타그램은 물론 자기 발산적인 모든 SNS를 혐오했던 나도 딱 저 고객님과 같은 마음이었다. 굳이 볼 필요 없고 보고 싶지도 않은 것들을 보며 무의식 중에 나와 타인을 비교하게 되는 이 빌어먹을 SNS들을 사회의 악이라 굳게 믿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 내가 인스타그램을 열심히 하는 것을 "먹고살려면 어쩔 수 없잖아요."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북스타그램을 시작으로 SNS의 순기능도 많이 배우게 되었으니까. (솔직히 하다 보니 조금 재미있기도 하다.) 또한 무엇보다도 SNS 세상이라 해서 반드시 뭔가를 꾸며내어 보여 줄 필요는 없다고 여전히 믿고 있다. 이 근거 없는 믿음 탓에 그렇게나 열심히 하는데도 팔로워 증가율이 저조한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래도 조금쯤은, 맑게 웃으며 "아빠 인스타그램 진짜 싫어하잖아."하고 말할 수 있는 그분이 부럽다는 생각을 잠깐 했던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