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06. 목
오늘 플로팅에는 약간의 이슈가 있었는데, 결론만 말하자면 광고 촬영 비슷한 것을 하게 됨. 나는 보통 웬만한 것들에는 No를 별로 하지 않는 편인데, 그것은 오늘의 제목과도 연관이 있다. 그렇다, 나는 운명론자다. 운명이 정해져 있다고 믿는 운명론자는 아니고(저마다의 운명이 날 때부터 정해져 있다는 건 솔직히 너무 개소리잖아요.), 오늘 내가 본 것, 오늘 내가 읽은 것, 오늘 내가 만난 사람과 오늘 내가 처한 상황들을 모두 일종의 운명으로 받아들인다는 의미의 운명론자다. 그러니까 새로운 제안이나 생각지 못한 일에 맞닥뜨리더라도 나는 그것을 운명이려니 하고 받아들이고, 다소 억울하거나 황당한 상황을 만나더라도 그냥 운명이려니 하고 넘어가는 편이다.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불행이라 여겼던 일이 행운의 초석이 되기도 하고, 행운이라 여겼던 순간이 불행의 시발점이 되어버리는 일들을 여러 차례 경험하다 보니 어느새 (내 나름의) 운명론에 심취하게 되었다.
오늘의 촬영 또한 어느 날 갑자기 플로팅에 들이닥친 아저씨들이 이곳에서 간단한 촬영을 하고 싶다길래 나는 별 생각도 없이 "와이 낫?" 하며 그냥 허락해 버린 것. 그런데 영업에 지장은 절대 안 갈 거라고 호언장담을 하더니만 열댓 명이 몰려들어 플로팅 입구를 넘어 건물 입구까지 막아 버린 것을 시작으로, 내가 요구했던 단 하나의 조건, 저녁 무렵은 손님이 제법 있으니 다섯 시를 넘기지 말아 달라는 부탁에도 아무런 연락도 없이 여섯 시에 도착^^ 그냥 유튜브에 올라갈 간단한 광고 영상이라더니 장비는 또 어찌나 끝도 없이 들어오는지 저는 무슨 영화 찍는 줄 알았어요?
연락도 없이 시간 약속을 어긴 것부터 짜증이 좀 올라온 데다가 늦어서 죄송하다는 사과 한 마디 없이 멀티탭을 빌려달라질 않나(안 빌려줌), 손님들의 공간인 플마당을 완전히 장악하고서 대기실처럼 사용하질 않나, 여러모로 짜증이 나서 돈을 달라고 했다. (응?) 근데 또 순순히 주신대서 바로 화가 누그러지긴 했습니다.(ㅋㅋㅋ)
애초에 돈을 받고 공간을 빌려주는 류의 촬영이 아니었고, 플로팅 생일날 답사한다고 와서 선반을 부수고 갔지만(^^) 이것도 그냥 넘어가려 했다. 파손된 선반은 내가 리폼한 거라 같은 걸 다시 살 수도 없거니와 목재를 구매해 다시 만든다 하더라도 일이 너무 커져서 귀찮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파손된 선반이 또 어떤 새로운 운명으로 나를 데려갈 수도 있으니까! 굳이 뭔 돈을 받냐~ 했던 것. 하지만 또 받기로 마음먹으면 돈 하나는 진짜 잘 받습니다 제가.
그러니까 이거 보세요 여러분. 파손된 선반이 저에게 돈을 벌어다 줄 운명이었던 것이죠!(파손 비용 + 영업 방해 비용까지 청구해 버림, 예스!)
사실 오늘 일기의 제목을 어제저녁부터 머릿속에 굴리고 있었고, 나만의 운명론에 대해 좀 더 진지하고 딥한 이야기를 해 보고 싶었으나 이미 시간이 너무 늦었고, 오늘은 좀 특기할 만한 사건이 있었던 관계로 이렇게 퉁칩니다. 언젠간 다시 저의 운명론에 대해 제대로 이야기해 볼게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