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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에 대한 혐오를 멈춰 주세요!

2025.03.13. 금

by 감우

10시 출근해서 미팅하고, 야무지게 모닝 카페 타임까지 가지며 시작한 하루! 하루를 조금만 일찍 시작해도 참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는데 말이죠, 그게 참 쉽지가 않습니다.


그래도 아무튼! 오늘 아침 카페에서 책을 읽다가 흥미로운 구절을 발견했다. 근데 이제 밑줄 친 부분이 너무 길어서 사진을 첨부합니다.

취향 -> 결혼 -> 포기로 이어지는 이 일련의 과정이 개인적으로 매우 공감되었는데, '포기'에 대해 한 번쯤 짧은 글을 써 보아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제 내 주변에는 대부분 유부녀들뿐인데, 그중에서는 나의 결혼 구력이 압도적으로 길기 때문에 종종 내게 상담 비슷한 것을 해올 때가 있다. 그때마다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흥미로운 포인트는 바로 '포기'라는 단어에 대한 거부감이 대체로 극심하다는 사실. 하지만 과연 포기는 정말 나쁜 놈일까?


오기로 하라느니, 정신력으로 버티라느니, 포기는 배추 셀 때나 쓰는 거라느니, 포기를 방지하기 위한 말들이 많고 많지만, 그냥 시원하게 포기해 버리는 편이 훨씬 더 이로울 때가 많다! 는 것이 나의 확고한 지론이다. 포기하기를 극렬히 거부하는 친구들을 향해 나는 함박웃음을 머금은 채 힘껏 손사래를 치며 한결같이 외친다. "거 참! 포기는 나쁜 게 아니야! 포기하면 행복이 온다구~!"


나의 경우를 놓고 보자면, 셀 수 없이 많은 '포기'들이 부부 관계를 평안으로 이끌어 주었고, 거듭되는 포기 속에 타인을 온전히 이해하는 법도 배우게 되었다. 관계에서의 포기뿐 아니라 개인적인 포기도 마찬가지다. 살면서 다양한 포기 선언을 했지만, 대부분의 포기들은 이제 와서 다시 돌아보면 '대체 왜 더 일찍 포기하지 않은 거야?'싶은 것들이 더 많다. 더 해 볼 여력이 남아 있음에도 무작정 포기하는 의지박약이 되라는 소리가 아니다. 최선을 다했다고 여겨질 때에만 포기를 선언하는 것이 암묵적인 룰이지만, 최선의 기준이 저마다 다르므로 타인과 비교하는 일을 절대적으로 금하고 나만의 기준을 찾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딱 한 가지, 최선의 여부와 상관없이 포기를 권하고 싶은 순간이 있다. 내가 불행하다고 느낄 때.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나마 굳이 한 마디를 얹어 보자면, 나는 불행을 감수하면서까지 버텨야 할 일은 세상에 없다고 믿는 쪽이다. 뭐 나는 대단한 성공보다는 오늘의 행복을 추구하자는 입장이라 포기를 쉽게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포기'를 혐오하는 이유는 포기의 다음 단계를 상상하지 못하기 때문인 듯하다. 포기는 관계의 종말로 이어질 것 같고, 포기가 인생을 나락으로 데려갈 것만 같으니까. 여기서 자존심이 끼어들면 진짜 답도 없어지는 거고. 하지만 끝이 있어야 시작도 있는 법! 나는 포기가 새로운 지평의 시발점이라고 믿는다. 안 되는 걸 억지로 끌어안고 있기보다 빠르게 포기하고 다음을 도모하는 편이 시간을 아끼고 마음 건강을 챙기는 지름길일 수 있다. 포기는 결코 실패가 아니다. 포기는 이해이고, 성장이며, 행복이거나 평안일 수도 있다. 그러니까 우리 모두 포기에 대한 혐오를 멈추고 포기 너머의 세상을 즐길 수 있기를! 현재의 내게 가장 중요한 플로팅도 언젠가 나를 불행하게 한다면 즉시 포기할 준비가 되어 있다. 반대로 말하면 내가 계속 플로팅을 운영한다는 것은 내가 대단히 행복하지는 않더라도 결코 불행하지는 않다는 소리!


다 쓰고 보니 오늘도 결국 개소리가 되어버린 일기. 난 역시 개소리를 사랑한다니까!

엄마랑 밥 먹고 수다 떨다보니 일기가 늦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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