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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 없는 가게 만드는 법

2025.03.28. 금

by 감우

플로팅을 시작하고 지금까지, 약 1년 1개월의 시간 동안 플로팅에는 진상이라 할 만한 손님이 단 한 명도 없었다. 그 이유를 나름대로 분석해 보기로 했다.


1. 손님이 지켜야 할 의무나 조건 등을 제시하지 않기.

- 손님은 왕도 아니고, 주인도 아니다. 손님은 그저 손님일 뿐이다. 가게에 들어와 대뜸 왕이 되고 싶어 하거나 주인이 되고 싶어 하는 손님 또한 기본적으로 없다고 보는 게 맞다. 그들을 내 집에 온 손님이라 생각하면 쉽다. 집에서 손님맞이를 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손님이 좋아하는 음식을 준비하고, 손님이 편안해할 자리를 내어주기 마련이다. 그런데 가게에 온 손님들은 나한테 돈까지 준다. 그들에게 그 이상으로 요구할 일이 대체 뭐가 있을까. 나는 늘, 손님을 딱 손님처럼만 대하자고 다짐한다.


2. 안 사고 나가는 손님들을 야속해하지 않기.

- "이 가게 물건이 하나같이 거지 같아서 사고 싶은 게 하나도 없잖아욧!" 소리를 지르며 나한테 뭔가를 집어던지거나 쌍욕을 퍼붓지 않는 이상에야, 구경만 하고 나가는 게 죄는 아니잖아요? 솔직히 저도 구경만 하고 나오는 가게 많단 말이에요..... 우리 서로 눈치 주지 말기로 해요....


3. 일관된 태도를 유지하기

- 나는 기본적으로 손님들한테 친절한 편인데, 앞서 말했듯 나의 가게에 누구의 강요도 없이 자발적으로 들어와 주시고, 운 좋으면 돈까지 주고 가시는데 안 친절할 이유가 아무리 생각해도 있을 수가 없잖아요. 근데 이제 1,000원짜리 산 손님한테도, 구경만 하고 나가는 손님한테도, 10만 원어치를 산 손님한테도, 태도를 달리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 태도는 같지만 많이 구매하시면 선물을 드리는 이벤트 같은 것을 합니다 :))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대충 이 정도인 것 같다. 그러니까 아주 기본적인 예의만 지키면서 손님을 손님답게 대하기만 하면, 웬만해서는 그 어떤 사람도 진상이 되지 않는다. 또한 전에도 말했듯 나의 플로팅 운영 철칙 1번이 '플로팅에서 불쾌감을 가지고 나가지 않게 하라'이기 때문에, 손님들의 요구 또한 가능한 선에서는 모두 들어드리는 편이다. 일테면 화장실 사용을 요구하셨을 경우, 원칙상으로는 불가능한 교환이나 환불을 요구하셨을 경우, 더 나아가 손님의 과실로 인해 가게 내에서 상품이 파손되었을 경우도 나는 손님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 이것은 어떻게 보면 일종의 꿀팁이기도 한데, 손님이 미안해할 만한 상황에서 내가 아주 쿨한 스탠스로 모든 것을 수용해 버리면, 나는 그에 대한 보상으로 빚진 마음을 얻게 된다. 그 결과로 그분들은 플로팅을 매우 편안하고 좋은 곳으로, 나라는 사람을 매우 친절하고 감사한 사람으로 기억하게 될 확률이 높고, 누군가에게 매우 자신 있는 태도로 이곳을 괜찮은 가게라고 추천해 줄 확률도 올라갈 테다. 그리고 사실, 내 집에 온 손님이 접시 하나 깼다고 해서 접시값 내놓고 가라고 하지 않잖아요. 손님을 손님으로 대한다고 생각하면 억울하거나 분할 일도 딱히 없답니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은 플로팅이 작고 안 유명한 가게인 데다가 나 혼자 운영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불특정다수의 사람들이 미친 듯이 쏟아져 들어오는 가게라면, 내가 어떻게 한들 진짜로 이상한 사람이 섞여 들어올 수 있기 때문. 서점에서 일할 때는 그런 경우가 왕왕 있었더랬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손님들은 나만큼이나 친절하고, 가끔은 나보다 더 나에게 관대하다. 서점에서의 시간이 나에게는 오히려 인류애가 충전되는 시간이었다. 아주 아주 가끔 진짜 진짜 이상한 사람이 섞여 있을 뿐, 여전히 세상은 배려심 많은 사람들로 넘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으니까. 이것은 사무실에 틀어박혀 매일 보는 동료들과 매일같이 지지고 볶던 시절에는 알지 못했던 사실이었다. 그러니까 때때로 불편한 상황을 겪더라도 거기에 매몰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퉤퉤 침 한번 뱉고, 또다시 좋은 사람들에게 좋은 마음으로 다가가기로 하자. 내가 먼저 친절하면 남도 나에게 친절하더라고요! 99%는 무조건 그렇습니다! 남은 1%는 진짜 이상한 사람이니까 싸울 가치도 없고, 어차피 대화도 안 통하고, 그냥 해달라는 거 다 해줘서 얼른 집에 보내 버리는 게 상책이고요? ^_^

IMG_4980(1).JPEG 플로팅은 아가와 동물들에게도 활짝 열려 있어요!

ps: 가끔 평일에 플로팅 와서 쇼핑몰 사진 같은 거 찍고 가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손님 없고 영업에 방해만 안 된다면 뭐라고 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미리 양해라도 좀 구해 주시길..! 플로팅 상품들 소품처럼 써 가며 찍고는 눈치는 또 눈치대로 보면서 가시면 저도 좀 그래요~~ ㅋㅋ 겁먹지 말고 미리 물어봐 주세요. 상황이 허락한다면 눈치 안 보고 맘 놓고 찍게 해 드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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