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10. 토
손님은 어제의 두 배, 매출은 어제보다 저조했던 토요일. 요즘 주말마다 비 오는 거 좀 반칙 같긴 하지만, 어제오늘 이틀의 데이터만 보더라도 비 오는 날도 잘 되려면 잘 되고, 손님이 많이 와도 안 되는 날은 안 되기에, 뭐 딱히 슬프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아무튼 5월에 유독 비가 많이 오는 것은 사실인 듯. 어제는 업무 시간에 해야 할 일을 다 못 끝내서(문장수집 키링 제작) 티처스 보면서 새벽 세 시까지 잔업을 했다. 물론 집에서. 블랙아웃 기법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시작되었던 문장수집은 어느새 컬러풀 대잔치가 되어가고 있다.
하다 보면 또 나름 재미있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해서 노가다긴 하지만 그래도 꽤 즐거운 작업! 처음에는 검정색 네임펜 하나로, 그다음에는 컬러 네임펜으로, 그다음에는 젤리펜이 추가되었고, 어제는 처음으로 펜 작업을 시도해 보았다. 얇은 펜으로 작업을 하니 훨씬 디테일한 것들을 표현할 수 있어서 욕심을 좀 내 보았다.
문장은 보통 책에서 수집하는데, 멀쩡한 새 책을 잘라서 조각낼 수는 없으니 헌책방에서 보물을 찾아와야 한다. 꽤 비싸게 주고 산 가사집(종이가 다 삭아가는 수준이었는데 2만 원이 넘었음)으로 시작했는데, 이번에는 표지가 떨어져서 거의 거저 받아 온 죽은 시인의 사회 원서와 세로 쓰기로 번역된 맥베드(맥베스 아님 주의)도 추가로 사용했다. 맥베드 수집이 은근 재미있었음!
나름의 수공이 들어간 문장 수집 키링의 판매가는 3,000원이다. 가끔 이렇게 묻는 분들이 있다. "이거 그냥 맘에 드는 문장 제가 넣을 수도 있는 거예요?" 나는 원한다면 내가 해 둔 종이를 빼고 그 사이즈에 맞게 원하는 종이를 잘라 끼우면 된다고 안내드린다. 문장 수집 키링은 누구나 만들 수 있다. 원한다면 당신도 이 아이디어를 따라 해도 좋다. 어떤 문장을 수집하고, 어떤 디테일을 새겨 넣을지는 결코 따라 할 수 없다는 점, 사실은 나 자신조차도 수집을 시작하기 전엔 어떤 문장을 수집하게 될지, 어떤 그림을 그려 넣게 될지, 조금도 계획하거나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 이 작업의 재미이니까.
새벽에 위 사진을 스토리에 올리고 받은 메시지. 이 정도의 노동으로 누군가에게 작은 기쁨을 선사할 수 있다면, 이런 건 전혀 힘들지 않다. 그래도 너무 많이 사지는 마세요.... 매일 만들어야 되면 그건 좀 힘두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