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과의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2025.05.29. 목

by 감우

플로팅 휴무일이었던 어제도 하루 종일 플로팅 공간 정리 생각만 하다 보니 한 가지 묘안이 떠올랐다. 나름 머릿속에서는 깔끔한 테트리스가 그려졌는데 현실이 됐을 때 어떨지는 해 봐야만 알 수 있다. 성격이 급해서 일단 떠오르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해 봐야 되는 나는 다소 즉흥적인 전개로 정리용품을 10만 원 넘게 구매해 버림. 예상은 했으나 오늘 출근해서 보니 구매한 정리용품으로는 턱도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래도 일단 있는 것을 가지고 하는 데까지 해 보기로 한다.


문제는 매일 조금씩 천천히 하자는 아름다운 마음으로 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니라는 점이다. 내 머릿속에 있는 것을 현실화하려면 내 작업 공간과 창고 공간 전체를 완전히 해체했다 다시 조립해야 하는 수준이라 영업 중에 할 수도 없다. 그러니까 스케줄에 대한 계획을 세운 뒤에 건드렸어야 하는데, 이 약도 없는 성급병 탓에 건드리지 말아야 할 것을 건드려 버리고 말았다. 약 한 시간 전만 해도 '이대로는 주말 영업이 힘들겠어.' 정도의 상태였는데, 지금은 '이대로라면 당장 문 닫고 수습해야겠어'의 지경이 되었다. 그래서 오늘은 야근을 하기로 한다. 몇 시간의 야근으로 수습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내일 영업이 가능할 정도는 정리를 해 두어야만 한다.


그러니까 일기도 여기까지. 이번 달 내내 일기 쓰고 있으면 꼭 한 두 팀의 손님을 더 받았던 터라 평균 여덟 시 반에서 아홉 시까지도 그냥 문을 열어두곤 했는데, 오늘은 무조건 칼마감 갑니다. 밥도 시켰습니다. 제가 밥을 시켰다는 것은 정말 심각한 상황이라는 뜻이죠. 어차피 내가 싸지른 똥이니 수습은 기꺼이 하겠다만, 부디 내 머릿속 생각이 현실에서도 잘 구현되어 주길. 제발....

IMG_7033(3).JPEG 실시간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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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오늘은 조금 묘한 날이다. 함께 플리마켓도 하고 꼬리길 이벤트도 하고, 여러모로 함께 의지를 다졌던 근처 카페 한 곳이 오늘 폐업을 했다. 폐업 선물이라며 와인 한 병을 가져다주셨다. 늘 긍정적이고 기운찬 에너지가 느껴졌던 사장님들인데, 비슷한 시기에 영업을 시작한 터라 기분이 조금 더 이상했다. 그러나 모든 끝은 시작의 다른 말이기도 하니 어쭙잖은 위로나 애도보다는 응원만 하기로 한다. 오후 무렵이 되자 근처에 네일숍을 오픈했다는 사장님께서 오픈떡과 선물을 주고 가셨다. 누군가의 마지막 날이 누군가의 첫날이 된다. 이게 인생인 거겠지. 시작하는 사장님께도 힘찬 응원을! 어디에 있든, 어느 자리에 있든, 우리 모두 잘 됩시다!

죽지 않는다면. 살아남는다면. 마침내 울창해진다.

한강 작가의 신작 <빛과 실> 중, 정원 일기의 한 문장.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문장이었는데, 오늘의 상황과도 맞춘 듯 어울리는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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