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30. 금
이번 주 중 가장 조용했던 금요일. 어제는 일 한번 잘못 벌였다가 새벽 두 시가 넘어서 퇴근을 했으므로 오히려 좋아....! 그래도 정리를 싹 해 뒀더니 공간이 훨-씬 넓어졌고, 미관상으로도 매우 봐줄 만해졌다. 며칠 내내 공간 관련 이야기를 하며 우는 소리를 한껏 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하루 야근으로 가능한 수준이었다. 모든 일이 대충 이런 식이다. 시작하기 전에는 온갖 걱정을 하며 두려움에 떨지만, 막상 부딪쳐 보면 대부분 할 만하고, 하면 하고, 하고 나면 '별것도 아닌 게, 우 씨!' 하며 괜히 센 척도 해 볼 수 있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못 한다.'는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유의어 : 못 먹는다.) '잘' 못 할 수는 있어도, 해 보지도 않고 못 한다는 건 성립 자체가 불가능한 말이 아닌지. 재미있는 사실은 10년 넘게 같이 살고 있는 내 남편이 '못' 무새라는 사실. 징그럽게도 안 맞는 둘이 어쩌자고 만나 서로 답답해하고 상처받고 난리 부르스를 치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게 또 결혼의 묘미이긴 하지만? ^^
어제는 오늘 영업 못하는 상황만은 막아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쌍욕하면서 꾸역꾸역 정리를 하긴 했는데, 온 진이 다 빠진 채로 거의 도망치듯 튀어나갔기 때문에 정리된 공간을 돌아볼 여유조차도 없었고, 오늘 출근해서 보니 매일 붙어 있는 이 공간이 꽤나 생경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극히 일부에 불과한 내 공간만 건드리는데도 이렇게 난리를 치렀는데, 이사 혹은 폐업을 생각하니 너무 아찔해서 어떻게든 이 자리에서 오래 버티자는 각오를 다지게 되었다.
오랜 마음의 짐이었던 공간 정리를 끝내고 나니 심신이 안정된 덕인지 오늘은 (거의 올해 들어 처음으로) 매장에서 책도 좀 읽어 보았다. 요 근래에는 손님 없는 시간에도 책을 펼치면 자꾸 딴생각만 나서 30분 독서조차 제대로 성공해 본 적이 없는데, 이래서 정리를 하고 살아야 하나 보다.
오늘은 막바지 장부 정리를 했고, 이번 달은 매출이 꽤 잘 나왔으므로 수익이 지출을 넘어서기를 조금 기대해 보았으나 아직 때가 되지 않았나 보다. 그래도 수지의 간극이 많이 좁혀지긴 했다. 나에게는 세 개의 벽이 있는데 첫 번째는 첫 달 매출의 벽이었고, 두 번째는 일매출 역대 최고치의 벽, 세 번째는 순이익의 벽이다. 하나의 벽은 넘었고, 두 개의 벽은 남아 있다. 언젠간 모든 벽을 넘어 새로운 벽을 마주할 날도 오겠지.
나는 평생 내 나름대로 돈을 기록하며 살았다. 나에게 돈이란, 버는 것보다 쓰는 게 쉽고, 쓰는 것보다 모으는 게 쉬운 존재였다. 안 쓰면 모이는 게 돈인데 그게 왜 어렵다고들 하는지 아직도 이해를 못 하겠다. 그런데 장사를 시작하고 보니 지금껏 내가 알던 돈과 장사에서의 돈은 많이 다른 것 같다. 월급 생활자일 때 돈은 항상 고정되어 있었고, 나는 멈춰 있는 돈을 운용하는 사람이었다. 장사를 할 때의 돈은 자꾸만 이쪽에서 저쪽으로 옮겨 다니기만 하고, 한시도 멈춰 있지 않는 느낌이다. 순이익이라는 개념도 사실은 조금 애매한 구석이 있다. 매출이 늘어남에 따라 매입도 늘어나고, 판매 데이터가 어느 정도 쌓이며 이전보다 넉넉한 재고를 확보해 두어야 하는 상품도 늘어났다. 지출이지만 지출이 아닌 지출이 늘었고, 그러니까 같은 마이너스라도 작년의 마이너스와 올해의 마이너스는 다르다. 그렇다면 나는 돈을 벌고 있는 것일까, 쓰고 있는 것일까.
멈춰 있는 돈에 익숙했던, 멈춰 있는 돈 앞에서는 늘 자신감이 넘쳤던 나는, 자꾸만 요리조리 움직이는 새로운 돈과 여전히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그래도 아무튼 이건 확실히 알겠다. 이제, 돈이 멈추면 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