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주 지옥 끝나고 입고 지옥 시작

2025.06.10. 화

by 감우

일전에 말했듯 나는 관성의 노예라서, 다시 읽기의 관성에 진입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병렬독서를 하게 되기는 하지만, 솔직히 병렬독서는 좋은 독서법이라 하기 어렵다. 최소한 내 기준에서는 그렇다. 그래도 여러 책을 읽고 싶은 욕심은 어쩔 수가 없어서 공간별 독서를 하기로 했다. 출근 전 카페 혹은 공원에서, 매장에서, 집에서 각각 한 권씩 정해진 책을 매일 30분씩 읽기가 목표다.


이번 달에는 아무래도 발주를 너무 많이 넣었나 보다. 오늘 손님 진짜 없었는데 물건이 미친 듯이 들어와서 택배의 무덤에 갇힐 뻔했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하나씩 처리해 나가자는 다짐을 하며 침착하게 투 두 리스트를 작성하고 있는데, 다른 거래처들에서 "금일 출고되었습니다."라는 메일을 네 통이나 더 받았다. 상품은 아직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이미 멘탈이 털려버림... 어쩌지 정말.


나는 보통 소비를 몰아서 한다. 카드별 용도가 나눠져 있고, 카드별 예산도 제각각인데, 그 예산을 하루에 전부 소진하는 식이다. 그게 바로 내가 말하는 발주 지옥이다. 현금 발주의 경우는 보통 첫 주에 벌어들인 모든 돈을 전부 매입에 쓴다고 보면 거의 맞을 것이다. 이것은 플로팅의 루틴이라기보다는 나의 개인적인 소비 습관에 가깝다. 한 달 내내 다음 달 예산 안에서 살 것을 고르는 작업을 거치고, 카드 결제일이 갱신된 날 혹은 월급이 들어오는 날 한 달 동안 완성해 둔 장바구니를 한방에 털어버린다. 그리고 남은 날에 또 다음 달에 살 것들을 넣고 빼는 작업을 무한 반복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월초에 나를 본 사람들은 '저 사람은 돈을 왜 저렇게 막 써?'라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월말에 나를 본 사람들은 '진짜 지독한 인간이네. 저런 것까지 안 사고 버틴다고?' 할 확률이 높다. 나는 부자로도, 거지로도 (잘) 살 수 있다. 그것은 내가 가진 일종의 능력이다. 돈이 있으면 쓰고 없으면 안 쓴다로 심플하게 양분된 삶이 적성에 맞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 주변을 살펴보니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아 능력으로 인정해 주기로 했다. 나는 뭐든지 확실한 게 좋아서 쓸 때는 확실히 쓰고 안 쓸 때는 확실하게 안 쓰는 편인데, 양쪽 다 제법 소질을 가지고 있다.


내가 직접 돈 관리를 한 세월이 벌써 어언 20년이다. 그사이 생겨난 나름의 기준과 철칙, 철학들이 플로팅 운영에도 그대로 전이되었다. 나는 모든 것을 루틴화하기를 좋아하는데(지속은 차후의 문제), 1년 6개월 정도 이러구러 가게를 운영하다 보니 발주에도 루틴이 조금씩 생기게 되었다. 일단 1일에 월세를 내고, 첫 주의 수익으로 현금 거래처 발주를 넣고, 매입 카드 결제일이 갱신되는 8일에 카드 거래처 발주를 넣는다. 거래처가 늘어났기 때문에 나는 보통 거래처별 최소 한 달치의 상품을 한 번에 주문한다. 예산이 오버된다 싶으면 우선순위를 따져 재입고를 미루거나 신품 셀렉을 줄이는 식으로 조절한다. 이렇게 되면 보통 둘째 주 초반 정도에는 한 달치의 발주가 모두 마무리되고, 이후로 일주일 정도는 거의 매일 상품들이 한가득씩 들어오는 것이다. 그렇게 밀려들어오는 상품들의 입고를 잡고, 정리하고, 인스타에 올리는 작업을 반복 수행하다 보면 어느새 월말이 된다.


그런데 이번 달은 그 모든 것들을 고려하더라도 좀 과하게 발주를 넣었나 싶다. 오늘 들어온 상품의 절반도 정리를 못 했는데, 오늘 들어온 상품들이 앞으로 들어올 상품의 절반도 되지 않으니 말이다. (진짜 돌아버리겠네.) 가장 손님이 적은 월/화에는 무조건 온라인을 올리겠다고 다짐했기 때문에(새로운 목표 루틴) 오늘은 상품 입고보다 온라인 업로드에 우선순위를 두었다. 그러니까 목요일부터는 닥치고 입고 갑니다. 주말 전에 무조건 끝내는 게 목표인데, 계획대로 된다면 주말에는 또 새로운 플로팅이 될 예정!

대박스는 개봉조차 못 했다는 슬픈 현실.... 까 놓은 상품들마저도 책밖에 정리 못 한.... 물건이 들어왔다고 바로 진열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등여...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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