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12. 목
오늘 정말 숨도 안 쉬고(아까 잠깐 근처 사장님들과 수박 파티를 벌인 것만 빼면) 쉬지 않고 일했음에도 입고 지옥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어지간해야 야근해서라도 다 하고 갈까? 할 텐데, 그 정도 수준이 아닌 관계로(아예 개봉조차 못한 박스가 세 개. 근데 이제 전부 사이즈가 좀 있는), 일기만 쓰고 퇴근하기로 한다. 앞으로 5일이나 더 나와야 되는데 뭐...
어제는 츠타야 팝업을 다녀왔다. 한남동 가는 김에 궁금했던 B샵과 리뉴얼했다는 디앤디파트먼트까지 루트에 넣어줌. 어쩌다 보니 한국에서 즐기는 일본 여행 컨셉이 되었다. 좌우지간 다른 것들은 모두 차치하고, 츠타야 팝업에 대해서만 간단한 후기를 남겨 보자면, 솔직히 별 볼 일 없었다. 나야 뭐, 일종의 업무적 차원의 방문이었고, 큰 기대를 하고 간 것은 아니어서 후회는 없지만, 츠타야 다이칸야마 티사이트에 방문했을 때의 그 문화 충격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별 볼 일 없다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다
그래도 몇 가지 인사이트를 얻어오기는 했는데, 제조 중심 기업이 아닌 소매 중심 기업의 팝업 형태 예시를 살펴볼 수 있었다는 것이 도움이 되었다. 유통업체의 팝업은 (츠타야 정도의 네임벨류를 가진 기업이더라도) 이렇듯 별 볼 일 없게 끝날 확률이 높다는 게 첫 번째 배움이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통의 힘은 편집에서 나오고, 편집의 핵심은 제안에 있다는 것, 그러므로 내가 만든 상품이 아니더라도 츠타야의 이름으로 팝업 무대를 완성할 수 있다는 점이 어느 정도 희망적인 시그널이 되었다. 마스다 무네아키가 그렇게나 열심을 다해 부르짖던 '제안'이라는 키워드가 이러한 사고의 흐름으로 탄생되지 않았나 싶다. 플로팅 기획 단계에서 읽었던 <지적자본론>을 지금 다시 읽는다면 어떤 감상을 가지게 될지 궁금하다. 사실 작년부터 재독 한번 해야지 생각하고 있긴 했는데, 현재의 나로서는 재독의 사치를 누리기 어려운 것이 현실. 뭐, 아무튼 그렇습니다.
플로팅 초창기에 커리어 전반을 제조업에 종사한 남편에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유통이 돈을 더 많이 벌까, 제조가 돈을 더 많이 벌까?" 남편은 고민도 없이 "유통"이라 답했다. 내가 유통과 제조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얘기할 계제는 못 되지만, 그래도 내 나름으로 정리해 본 것들을 공유하자면, 자본이 여유로울 때는 돈 놓고 돈 먹기로 흘러가는 유통이 유리한 사업이 될 것 같고, 자본이 부족할 때는 한방을 노릴 수 있는 제조에 사활을 걸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듯하다. 그러나 제조를 해야만 브랜드가 된다는 생각은 매우 편협한 것으로, 유통업체도 분명 하나의 브랜드가 될 수 있다. 미국의 마트인 '트레이더스 조', 일본의 '츠타야', 한국의 '더현대'가 이미 하나의 브랜드로 인식되고 있다. 유통업체가 브랜드가 되기 위해 가장 중점을 두어야 할 부분은 '선별'에 있는 것 같다. 유통 업체가 브랜드가 되려면 제조업자들에게 선망의 대상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나도 언젠간 제조를 하고 싶긴 하지만, 소비 프로세스의 중간에서 제작자와 소비자의 중개인 역할을 할 수 있고, 세상의 모든 상품이 내 상품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유통이 훨씬 재미있게 느껴져서 이왕이면 이쪽으로 브랜드가 될 수 있다면 좋겠다. 하지만 내 작고 소중한 자본은 한 방을 노리는 데 사활을 걸어야 하는 수준이라는 게 문제라면 문제.
넷플릭스 시리즈 '광장' 정주행을 끝냈다. 나는 느와르물을 좋아하는 편이고, 소지섭 주연의 '영화는 영화다'가 인생 영화 중 하나이기도 해서 고민 없이 시작했다. '대부'도 좀 생각나고, '영화는 영화다'가 다시 보고 싶기도 하고, 이준혁 비중이 생각보다 적은 것은 조금 아쉬웠다. 웹툰이 원작이라던데, 개인적으로는 매우 잘 만든 느와르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결말이 마음에 들었다. 스포가 될 수 있으니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느와르의 결말은 자고로 이래야지!'싶은 생각을 했다. 그렇게 따지면 '대부'의 결말은 마피아 미화로 비난받아 마땅하긴 하다.
오늘 손님은 아주 적었고, 매출도 아주 귀여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