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없이 의식의 흐름을 따라

2025.06.21. 토

by 감우

나의 희망, 너의 희망, 우리들의 희망인 토요일! 날이 흐려도 주말은 주말이라고 손님이 는다. 더군다나 흐리긴 해도 비가 쏟아지지는 않았으니 하늘의 축복이 내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출도 뭐... 나쁘지 않은 수준.


어제는 매출 하락이 조금 걱정되더니 오늘은 또 마음이 아주 편안해졌다. 이럴 때 나도 조금 쉬어가자는 마음으로, 책도 좀 읽고, 딴짓도 좀 하고, 간식도 좀 까먹고. 흐린 날엔 손님이 적고 돈을 못 번다는 것만 빼면 꽤 좋은 일들이 많다. 일단 오픈 시간이 단축된다. 흐린 날에는 마당을 비워두기 때문. 저녁 무렵 야외 조명을 켜는 일도 흐린 날에는 잠시 멈춘다. 그러니까 마감 시간도 단축된다. 어쩐지 시간을 번 것 같은 감각이 꽤 유쾌하다. 출근해서 오픈 준비를 마쳐두고, 내 자리에 가만히 앉아 '오늘 하루를 어떻게 채우지?' 고민하는 시간도 제법 즐겁다. 지금도 어딘가의 방구석 곳곳에서 플로팅의 손님들이 누적되고 있다는 상상을 하면 어쩐지 신이 나기까지 한다.


오늘은 다음 주 월요일부터 시작될 연재북의 첫 글을 작성했다. 손님이 없을 때마다 일거리를 찾아 몰두하다 보면 어느새 또 손님들이 문 종을 울리며 들어오신다. 이렇게 지내다 보면 문이 열리는 종소리가 들릴 때 '어머! 손님이잖아!' 하는 호들갑스러운 마음보다는 '뭐야, 또 손님이야?' 하는 거만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이게 우스워 혼자 웃는다.


혼자일 때 내가 가장 진짜 같다. 누군가와 함께일 때는 반드시 얼마간은 가짜가 섞여 있다. 함께일 때 가장 가짜처럼 느껴지는 대상은 가족이다. 부모 형제, 그러니까 원가족과 함께일 때 나는 스스로가 가장 가짜 같다. 무한히 이어지는 관계라는 것이 나를 더욱 강도 높은 가짜로 만들어 버린다. 함께일 때 그나마 가장 진짜 같은 대상은 남편이다. 내가 선택한 단 하나의 가족이 나를 가장 진짜로 있게 해 줘서 감사할 따름이다. 나와 남이 될 수 있는 가족이라 또한 다행이다. 여기서 재미있는 포인트는, 그다음으로 진짜처럼 느껴지는 대상이 완전한 타인이라는 것이다. 나와 아무런 관계성이 없는 사람. 관계에 지속성이 부여되지 않은 사람. 그들과 있을 때의 나는 그다지 가짜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니까 플로팅에 오시는 손님들은 내가 남편 다음으로 편하게 느끼는 대상이다.


나는 본인보다 나를 더 배려해 주는 사람들을 조금 불편해한다. 대체 왜 그 착하고 고마운 사람들이 불편해지는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해 본 적도 있다. 내가 관계를 맺는 방식에 이유가 있는 것 같다. 나는 타인이 내게 취해줬으면 하고 바라는 태도를 상대방에게 취하는 편인데, 본인보다 나를 더 배려해 주는 대상을 만나면 자꾸 이 사람이 나한테 이걸 바라는구나 생각하게 된다. 사실 그 사람은 아닐 수도 있는데, 자꾸만 내 방식을 대입시키는 것이다. 문제는 결국 나 자신이다. 일단 나는 나보다 타인을 더 배려할 수 있는 인간이 못 된다. 그렇게 하고 싶은 마음도 전혀 없다. 누군가의 배려에 의해서가 아니라 각자 스스로를 지킬 수 있으면 좋겠다. 나를 배려하느라 본인의 주장을 희생시키지 않길 바란다. 그게 진짜 배려라고,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고 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나는 배려를 받으면 받을수록 어쩐지 그 사람을 믿을 수 없게 된다. 어디까지가 배려이고, 어디까지가 진짜 이 사람의 선택인지 알 수 없게 되므로. 내가 조금 (많이) 꼬인 인간일 수도 있다. 솔직히 이쪽이 더 맞는 것 같긴 하다.


손님들은 세상에서 나를 가장 배려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이다. 돈을 지불하고 물건을 받으면 그만인 사람들. 내 쪽에서도 손님들이 내게 취해줬으면 하고 바라는 태도 자체가 없다. 순수한 거래 관계는 그 자체로 가장 순수한 관계인지도 모른다. 따지고 보면 항상 문제는 감정이 섞여들 때 발생한다.


그런데 이런 얘기를 왜 하게 된 거지? 잘 모르겠다. 이만 끝.

공룡 독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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