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23. 월
책의 세계는 죄책감을 너무 쉽게 주입한다.
죄책감을 주입하는 데 죄책감이 없다.
책을 빌려 읽기만 하는 것은 출판 업계를 죽인다.
대형 출판사 책만 읽는 것은 작은 출판사를 죽인다.
대형 서점에서만 책을 사는 것은 동네 서점을 죽인다.
전자책이 종이책을 죽이고, 종합 서점이 독립 서점을 죽인다.
자꾸만 죽인다. 서로를 죽인다. 모두가 죽는다.
칼 들고 협박한 이 하나 없는데, 제 발로 책의 세계에 들어와 지레 죽는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책을 쓰고, 읽고, 만들고, 파는 사람들은
저마다의 죄책감을 얼마간 품고 산다.
모두들 예민해져 서로 싸운다.
죄책감이 피해의식으로, 피해의식이 비관으로, 비관이 비난으로 이어진다.
책의 세계에는 푸념이 너무 많다.
서로가 서로를 죽인다 협박하고, 모두가 죽겠다고 아우성을 하고,
그럼에도 책을 버릴 수 없어 끌어안고 운다.
불쌍한 사람들이 모여 책을 쓰고, 읽고, 만들고, 판다.
나는 죄책감이라는 단어가 끔찍이도 싫다.
죄책감은 너무 무겁다.
그 무거운 것을 짊어지고 살기에는 삶이 이미 벅차도록 무겁다.
책은 대체 어떤 저주에 걸린 것일까.
읽어도 지랄, 안 읽어도 지랄, 사도 지랄, 안 사도 지랄인 이 지랄판에서
셀 수도 없는 책들이 꾸역꾸역 쏟아져 나온다.
저주다.
저주가 아니고서는 설명할 길이 없다.
작가가 되겠다는 사람이 지천이다.
작가가 된 사람이 태반이다.
죽고 죽이는 사람이 또 하나 탄생한다.
또 죽인다. 또 죽는다. 모두가 죽는다.
나는 죽고 싶지 않다. 나는 죽이고 싶지 않다.
죄책감을 짊어지고 살고 싶지는 않다.
죽겠다고 푸념하며 살고 싶지도 않다.
죽이겠다고 협박하며 살기는 더더욱 싫다.
그래서 나도 책을 끌어안고 운다.
저주다.
확실히 저주가 들었다.
정말이지 기묘하고 불쌍한 세계다.
어젯밤 책을 읽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을 메모장에 옮겼다가 일기에 쓴다.
책의 세계가 점점 더 궁금해진다. 나의 오랜 연구 대상. 알면 알 수록 모르겠는 세상.
ps: 화창한 월요일, 손님이 많은 것은 아니었는데 매출이 기대 이상이다. 월요일 매출이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휴무일을 옮기길 잘했다는 생각. 이번 주는 화/수 이틀을 쉰다. 이 날만을 기다렸으니 죄책감 없이 맘껏 쉴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