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27. 금
잔뜩 겁을 집어먹고 있다가 막상 닥치면 너무 별게 아니라 안도보다는 오히려 김이 새 버릴 때가 있다. 내게는 올해 장마가 그런 느낌이다. 이 말을 필두로 내일부터 하늘이 노하여 대차게 퍼부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아직까지는 그렇다는 말이다. 생각해 보면 작년도 비슷했으니, 만약 내가 장마를 이곳에서 한 번 더 겪게 된다면, 그때는 겁도 먹지 말고 담대히 받아들이기로 다짐해 본다.
시간은 어쩜 이리도 빠르게 흐르는지, 6월도 어느새 말일을 코앞에 두고 있다. 6월에는 내가 조금 기운이 빠졌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해야 할 것들을, 나름대로 착실하게 해냈고, 쿠팡이츠의 배달 제안을 승낙했고, 일전에 신청해 둔 소상공인 컨설팅 프로그램 대상자 승인 소식을 듣게 되었다. 컨설팅 2회를 받고 나면 시설비 300만 원을 지원해 준다길래 딱히 고칠 데도 없으면서 일단 신청을 해 본 것인데 말이지.
어제 컨설팅 프로그램 관련하여 신용보증재단 직원분이 방문하셨는데, 작년 매출을 보고는 "작년에는 재미를 못 보셨겠네요." 하셨다. 나는 조금 머쓱해져서 "그다지 재미있지는 않았죠 뭐." 했다. 3월부터 정식 영업을 시작했으니 2달이 빠지긴 하지만, 올해는 반년만에 작년 매출을 따라잡았으니 재미는 몰라도 성장은 확실히 했다고 봐도 좋겠다.
올해는 1월이 잠시 주춤했지만(수치로 보면 작년 월평균 매출과 비슷한 수준), 2월에 작년의 월평균 매출을 훌쩍 뛰어넘었고, 3월에 갑자기 앞자리가 두 계단 뛰어오르더니 4월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였으며, 5월에 또다시 앞자리가 두 계단 뛰어올랐다가 6월에 3월 수준을 회복하였다. 이리 보고 저리 보고, 이 데이터를 살펴보고, 저 데이터를 살펴보더라도, 이건 확실히 꽤 괜찮은 흐름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불안한 것일까. 인간은 만족을 모르는 동물이라서? 내가 소위 말하는 '재미'를 여전히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그건 정말 사실이다.)
작년의 나라면 기뻐 날뛰었을 일매출을 요즘은 시큰둥하게 말하는 나를 보며, 남편이 한 마디 했다. "너무 전형적이어서 귀엽다 야." 내가 초심을 잃고 돈에 매몰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초심이 뭐지? 나는 애초에 큰돈을 벌고 싶어서 장사를 시작했는걸. 그러나 사실 요즘의 불안이 돈 때문인 것은 아니다. 이대로 유지해서는 큰돈을 못 벌 것 같다는 게 핵심이다. 그러니까 어떤 극적인 변화가 필요한 것 같긴 한데, 극적인 변화를 꾀할 자본도, 아이디어도 없다는 게 나의 불안을 자극한다. 그래, 결국 돈 때문일 수도 있다. 돈이 웬수지, 언제나. 그런데 사실 돈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언제나. 나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정말 모를 일이다. 내가 지금 어느 지점에 서 있는지는 지나보기 전까진 결코 알 수 없는 법이니까.
ps: 요즘 뇌구조 한 구석에 인스타 라이브를 넣고 다니는데, 오늘 일기를 쓰다 문득 괜찮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김영하 북클럽처럼 플로팅 북클럽을 만들어 월초에 책 한 권을 선정하고, 한 달간 그 책을 10% 할인 판매하기. 월말에 그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라이브를 진행하기. 다만 걱정은 몇 권 정도를 주문해야 할지 전혀 감이 안 온 다는 것. 얼른 라이브도 해야 할 텐데.... 첫 라이브에서 플로팅 북클럽 이야기를 최초 공개해 봐도 좋겠다. 정말 얼른 해야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