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가 되고 싶은 플로팅이 해야 할 일은?

2025.07.04. 금

by 감우

습하고 흐리지만 비는 안 오는 금요일. 남편이 돌아왔다! 이번에는 나름 그리운 마음이 들었기 때문에 꽤 드라마틱한 재회를 예상했으나 그럴 일은 없었습니다.


얼렁뚱땅 지나가 버린 듯한 장마를 뒤로하고 오랜만에 새 칠판을 그렸다. 새 칠판을 그린 김에 그간의 칠판 모음집을 인스타에 올렸다. 선물 뽑기 비행기를 접었고, 손님 없는 시간에는 남편과 전화로 못다 한 수다를 좀 떨었다. 그 외 모든 시간은 7월 발주 리스트를 정리하며 보냈다. 발주 지옥의 시작이다.


며칠 전 현대백화점에서 정식 팝업 제안이 왔다. 다음 주에 미팅을 하기로 했다. 플로팅이 팝업을 한다? 1인 영업장으로 운영되는 현재로서는 사실상 힘든 일일 테다. 다만 예전에는 소매 업체인 플로팅이 팝업을 한다는 게 과연 메리트가 있을지 의문이었지만, 어느 정도 플로팅만의 색깔이 잡힌 지금이라면 나름대로 모객을 시도해 볼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조금 생긴 상태다. 또한 한 발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언제나 기존에 하지 않았던 시도를 해야만 한다고 믿기에 팝업이 그 계기가 되어 주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근미래에 팝업에 도전해 볼 수도 있을 테니 자세한 내용을 듣고 와야지.


요즘 부쩍 트레이더조 에코 백을 든 사람들을 자주 마주친다. 생각해 보면 재미있는 일이다. 미국의 마트 로고가 박힌 가방이 힙한 아이템이 되었으니 말이다. 출퇴근길에 무조건 한 명 이상은 마주치고, 플로팅 손님 중에서도 그 가방을 들고 오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나는 트레이더조 가방을 볼 때마다 거기에 플로팅을 대입해 본다. 편집숍이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 굳이 본격적인 제조의 길로 들어설 필요는 없는지도 모른다. 다양한 브랜드의 다양한 상품을 플로팅의 기준에 따라 선별한 뒤, 상징적인 단 하나의 상품으로 브랜딩을 시도해 보는 것도 방법이겠다. 이미 메르시라는 좋은 예가 있기도 하다. 대단한 기술력을 응축한 상품이 아니더라도, 특정 편집숍의 이미지, 정체성, 상징성을 소비자들은 기꺼이 소비한다. 그게 바로 브랜드가 아닐까 싶다.


플로팅은 이미 스큐가 너무 많아 문제인데, 플로팅이 어쭙잖게 이것저것 만들어재끼며 시간과 자본을 투입하는 것은 역시 비효율적이다. 플로팅의 연차가 쌓여갈수록, 플로팅이 취급하는 상품들이 늘어갈수록, 세상엔 너무도 훌륭한 상품들이 이미 수없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매일 체감하게 되는 탓도 있다. 플로팅에서만 살 수 있는 상품이 있다는 것은 분명 중요하다. 다만 그게 반드시 제조업체가 되는 길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플로팅을 사랑해 주시는 손님들도 플로팅이 모아놓은 상품들의 조합을 좋아하시는 것이지, 이 모든 상품을 플로팅이 '직접'만들어 주길 바라는 것은 아닐 테니까. 메르시의 고장에서 메르시를 직접 보고 오늘 막 돌아온 남편과 이 이야기를 좀 더 진지하게 해 봐야겠다.


오늘은 어제보다 손님이 적었고, 매출도 적었지만,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꽤 괜찮았던 하루. 오늘은 일찍 퇴근을 해야지!

오늘의 새 칠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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