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번 강조해도 부족한 일기의 순기능

나를 살리는 쓰기의 효과

by 감우

일기에 대한 이야기를 일기에도 여러 번 쓴 적이 있는데, 제목에서 말했듯 일기의 중요성은 여러 번 강조해도 부족하니 이곳에 또 한 번 쓰기로 한다. 참고로 나는 플로팅을 시작하기 전까지 일기와는 거리가 아주 먼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미리 밝혀둔다.


플로팅을 운영하면서 나에 대한 새로운 사실 몇 가지를 알게 되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지속 가능성'이다. 오조오억 개의 취미가 있었고, 단 하나도 꾸준히 지속하지 못했던 나는 지금껏 스스로를 뒷심 없는 인간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취미는 취미니까 그렇다 치더라도, 커리어조차 갈지자가 난무하니 변명의 여지가 없을 수밖에. 하지만 플로팅을 운영하면서, 특정 조건이 갖춰진다면 누구보다 성실한 태도로 지치지도 않고 한 가지 일을 지속할 수 있다는, 나로서는 다소 충격적이라 할 만한 발견을 하게 된 것이다.


그 특정 조건이란 바로 '루틴화'하는 것이다. 다만 루틴을 루틴으로 정착시키기까지의 길이 쉽지만은 않고, 모든 시도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루틴 만들기에 대한 나의 개인적인 팁을 하나 공유해 보자면, 어떤 행위를 루틴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확실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모든 포커스를 오직 '지속'에만 맞추고, 그 외의 조건들, 일테면 완성도라든가 비주얼적인 것들 일체를 완전히 포기해야 한다. 퀄리티는 루틴을 확실히 정착시킨 뒤에 끌어올려도 늦지 않다.


이쯤에서 고백하자면 처음 플로팅 일기를 쓰기 시작한 의도는 다분히 상업적이었다. 당시에는 플로팅 인스타그램 팔로워보다 브런치 구독자의 수가 더 많았으므로, 일종의 홍보 효과를 기대했던 것이 첫 번째 이유다. <서점 일기>라는 책을 제법 흥미롭게 읽었으므로, 플로팅 일기도 콘텐츠로써 매력이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한 것이 두 번째 이유다. 내가 당시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최고의 성공을 이루었을 때, 플로팅의 시작점부터 쌓여 있는 기록의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게 될 거라고 생각한 것이 세 번째 이유다. 여러 사심이 합쳐져 쓰게 된 일기는 업무의 일환이었고, 그러니까 업무를 쳐내듯이 열심히 쓰는 수밖에 없었다.


기계적으로 매일 일기를 쓰는 사이 일기 쓰기가 루틴으로 정착했다. 일과의 마무리를 일기로 끝내지 않는 것을 상상할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나를 위한 쓰기의 궁극이 바로 일기라는 것을. 아니, 그게 아니다. 일기는 오직 나를 위한 쓰기여야만 한다는 쪽이 조금 더 맞는 표현이겠다.


진정으로 책을 사랑하게 된 순간은 책에 아무것도 바라지 않게 되었을 때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일기도 비슷했다. 어떤 구체적인 기대나 목표 없이, 그저 습관으로서의 쓰기가 되었을 때에야 비로소, 일기의 진정한 장점을 발견할 수 있게 된다. 특히나 이렇게 공개된 지면에 쓰는 일기는 그 의미가 조금 남다르다. 누가 볼 수도 있다는 가능성(사실은 대부분 보지 않지만)이 나의 감정적인 부분을 정제시키고, 기록으로서의 가치를 가지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감정 정제 효과와는 별개로 공개된 지면에 쓰는 일기는 또 하나의 장점을 가진다. 대부분 보지 않는 와중에도 누군가는 확실히 보고 있다는 것이다. 타인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오직 나를 위해 쓰인, 그렇기에 순도 높은 진정성이 담겨 있는 글을 기꺼이 읽어주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은 드러나는 내가 아니라 침잠하는 나와도 친구가 될 수 있다. 그러니 단 한 명이라 할지라도 얼마나 귀한 존재인가. 그러니 기록으로서의 일기를 쓴다면 반드시 공개된 지면에 쓰기를 추천드린다. 단, 누구나 볼 수 있는 것일 뿐, 보이는 것을 의식해서는 절대 안 된다. 그것이 나를 위한 쓰기의 첫 번째 조건이 될 것이다.


오프라인 장사의 9할은 가늠할 수 없는 것들이며, 손님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데다가, 보통은 그 이유를 뾰족하게 밝혀낼 수 없다. 매일이 불안하고 절망적인 와중에 헛된 희망의 근거도 넘쳐난다. 월급 생활에 익숙했던 나로서는 어느 것 하나 안정되지 않는 이 상황이, 절망은 가깝고 희망은 멀지만 여러 복합적인 이유들로 희망을 완전히 놓아버릴 수도 없는 이 상황이, 감당하기에 쉽지만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하루의 마무리에 하얀 창을 띄우면 어쩐지 마음이 차분해졌다. 과거와 미래와 현재를 오가며 하릴없이 흔들리던 나의 마음이 하얀 창을 띄우는 순간 오늘, 지금 이 순간으로 순식간에 끌어당겨졌다. 부정적인 생각보다는 오늘 하루도 무사히 살아냈군 하는 안도가 일기장에 채워지는 날이 많아졌다. 그렇게 일기와 함께 하루씩 플로팅의 생명을 연장하며 여기까지 왔다.


내가 일기를 쓰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생각해 본다. 일기를 쓰지 않아서 망했을까? 그렇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어둡고 외로운 터널이 훨씬 더 길게 이어졌을 거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만약 플로팅이 내 기대와는 다르게 결국 망하게 되더라도, 일기가 남는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절망적이지만은 않은 기분이 된다. 그러니 다시 한번 말씀드리고 싶다. 만약 당신이 지금 막 사업을 시작했다면, 반드시 일기를 쓰라고. 오직 나를 위한 일기를, 매일 꾸준히 쓰라고. 잘 쓰고 못 쓰고는 정말이지 조금도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나를 일으키고 살리고 나아가게 하는 것은 오직 나 자신의 몫이다. 초보사장의 나날은 더욱 엄혹할 따름이라, 온 힘을 다해 나를 지키는 것이 나 자신에게 부여된 가장 첫 번째 의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나를 지키는 데에 일기는 정말 큰 도움이 된다. 이건 정말 믿어도 좋은 정보다.

2024년 3월의 플로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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