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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우 Jul 13. 2016

가족을 버릴 수 있다면

버리시겠습니까?


 나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버리고 싶은 마음을 꾸역꾸역 누르며 이 굴레에서 어떻게 하면 벗어날 수 있을까 고민하고, 답이 없는 질문에 뭣 같아서 나도 모르게 미간이 구겨지곤 한다. 버릴 수만 있다면 쓰레기봉투에 잘 묶어 내다 버리겠지만 빌어먹을 가족이라는 이유로 증오와 자책감 사이를 널뛰기하며 하루에도 열두 번씩 열이 올랐다 내린다.

 나는 지극히 개인적인 사람이라 가족이라 할지라도 내 영역을 침범하려는 이를 용인하지 않는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정말이지 용인하고 싶지 않다. 나의 선택으로 가족이 된 신랑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나는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없고 의지의 대상이 되는 일도 끔찍하게 싫다. 누구에게도 짐이 되고 싶지 않고, 누구의 짐도 나눠갖기 싫다.  

 어쩌다 나의 유일한 형제인 그는 나와 꼭 반대되는 성향의 인간이 되어버린 걸까. 콩 한쪽도 나눠먹겠다는 아름다운 정신으로 좋은 일이든 슬픈 일이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나와 나누고 싶어 하고 갓 새 가족이 된 매제에게는 또 어찌나 애정이 넘치는지. 내가 선택할 수 있었던 유일한 가족답게 신랑 또한 나와 상당 부분 성향이 비슷해 그는 그대로 나는 나대로 말 못 할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리라.

 시어머니가 은근히 여름휴가를 함께 가길 바라셨을 때에 나는 펄쩍 뛰며 절대 같이 가지 않겠다 했는데 우리 오빠를 보고 있노라면 그 일이 못내 죄송스럽고 신랑에게도 민망하다. 이런 생각에까지 미치고 나니 가족을 버리는 방법에 대해 진지하게 연구하는 단계에 도달한 것이다. 이제껏 길지 않은 삶을 살면서 가족은 좋을 때보다는 싫을 때가 더 많았고, 가족을 버리는 방법에 대해 고민한지도 어언 십 년여 어쩌면 그 이상. 그러나 지금만큼 진지했을 때도 없었다.  

 가족이라는, 버리지도 먹지도 못하는 계륵 같은 울타리는 대체로 소름 끼치도록 도망치고 싶으나 그 울타리 안에서 안도감을 느끼는 아주 드문 순간들 때문에 결국은 또 한숨과 함께 체념하게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용인해줄 마음은 없다. 그가 어린 동생에게서 독립해 자신만의 건강한 세계를 형성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지만 그러지 못하고 계속 내 주위만 맴돈다면, 나는 어떻게 해서든 어떤 방법으로든 그를 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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