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놓음의 연속인 나날들

2025.09.09. 화

by 감우

나는 불안하면 자꾸 뭔가를 하려고 한다. 내가 뭐라도 하고 있다는 사실에 위안 삼기 위해 영양가도 없는 일을 기계적으로 할 때도 있다. 오늘은 그런 식으로 괜히 블로그 포스팅을 하나 했다.


요즘 뭔가 마음이 차분해졌다. 일매출에 대한 기대도 실망도 없는 요즘.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은 완전히 내려놓는 것이 여러모로 정신 건강에 좋은 것 같다. 자꾸 내려놓다 보니 내려놓는 것에도 익숙해진다. 나는 사실 '포기'라는 단어를 꽤 좋아한다. '포기'가 미움받을 때마다 어쩐지 내 마음이 아프기까지 하다. 잘 포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포기는 변화의 다른 말일 때가 많고, 성장의 다른 말일 때도 있다. 안 되는 것을 억지로 움켜쥐는 사람보다는 잘 포기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포기할 것과 지켜낼 것을 잘 분별하는 사람이라면 더할 나위 없겠다.


내일은 플로팅 쉬는 날. 할머니를 만난다. 90이 넘은 할머니가 나를 보러 홍대까지 지하철을 타고 온다. 먹을 것이 바리바리 든 배낭을 메고서. 할머니가 내 집 앞까지 온다는데도 나는 귀찮아서 차일피일 미루기 일쑤다. 가끔은 이런 내가 나도 싫고, 나도 대체 내가 왜 이 모양인 건지 모르겠다. 그래도 만나면 세상 효손인 척을 한다. 나의 이중성에 스스로도 흠칫 놀란다. 그래도 나는 계속 좋은 손녀 역할을 할 거다. 그 역할을 수행하는 데 다소간의 거짓이 섞여 있다 할지라도. 진실이 어느 때나 옳은 것은 아니다.


그러니까 내일은 할머니랑 같이 오손도손 밥도 먹고, 연트럴 거리를 산책하고, 젊은이들이 가는 카페도 같이 가고, 인생 네컷도 찍어야지. 쓸데없는 이야기들을 조잘조잘 떠들고, 할머니의 푸념을 호들갑을 떨며 들어줘야지. 할머니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남았을까?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 동안 나는 최선을 다해 가짜 효손의 역할을 수행할 작정이다. 그게 내가 찾은 최선의 효도법이다.

8F255B70-652E-49BF-9386-C9BEF77A526A.jpg 인스타에 뭐라도 올려야 될 것 같아서 급히 찍어 올린 코스터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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