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란 무엇인가

2025.09.12. 금

by 감우

흐린 하늘, 조금씩 흩뿌리는 비. 이번 주말에도 비가 온다고 했다. 지난달에 7일 동안 벌어들였던 돈을 이번 달은 12일이 지나서도 벌지 못하고 있다. 가끔 스레드 눈팅을 하는데 9월은 대체로 기운이 좋지 않은 모양이다. 남들도 힘들다는 것이 내게 딱히 위안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 가지, 여유자금이 동난 뒤로 좋은 점이 있다. 위기감이 나의 통제력을 높인다. 한층 더 신중을 기하는 발주와 거래처 선정이 플로팅의 방향성을 조금 더 뾰족하게 만들어 줄 수도 있겠지.


여윳돈을 깔고 앉아 있을 때는 플러스 마이너스의 경계가 다소 모호해진다. 돈을 벌지 못해도 돈이 없는 것은 아닌 상태, 안정감은 있지만 절박함이 감소하는 상태인 것이다. 어떤 맹수는 새끼를 절벽에서 민 뒤, 살아남는 새끼만을 거둬 키운다고 한다. 가장 극단적인 상황에서 가장 강한 의지력이 발동되는 법이다. 그래서 나도 가끔 나 스스로를 절벽에서 미는 선택을 한다. 지금까지는 계속 살아남았다.


결핍이 만연한 환경에서는 강한 통제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 결과 이제는 확실한 마이너스와 확실한 플러스를 또렷이 보고 그 흐름을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 모호함이라고는 없는, 명확한 손해와 명확한 수익의 세계가 제법 마음에 드는 듯도 하다.


일기를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

오늘 일어난 일을 빠짐없이 서술해야 할 것만 같은 강박 때문에 일기가 어렵게 느껴진다.

<일기를 쓰려는데 아무 일도 없었어>라는 제목을 가진 독립출판물이 플로팅에서 꽤 인기리에 판매되기도 했다. 나도 비슷한 생각을 참 오래, 참 많이도 했었다. 하지만 오늘 문득, 그냥 오늘 쓰는 글이 모여 일기가 되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오늘 내 머릿속을 부유하던 생각들을 하얀 지면 위에 부려놓는 것이 일기가 아니면 무엇일까. 나의 매일도 대부분 아무 일도 없고, 대체로 유사 반복적인 하루의 반복이다. 그럼에도 유일무이한 오늘을 살아내는 오늘의 나는 12시가 되면 죽어 없어지고, 내일의 내가 다시 태어나 또 오늘을 살 것이다. 그러니 일기를 몇 시간 뒤 죽을 오늘의 나를 어딘가에 남겨 두는 작업이라 한다면 무엇이든 써도 좋지 않나?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조금 애매한 시간에 일기를 쓴다.

IMG_9749(2).JPEG '세라 망구소'의 <망각 일기> 중, 참 공감이 되었던 문장.


ps: 이 글을 쓰는 사이 지난 달 7일간의 매출을 12일째에 뛰어넘었다. 이게 바로 장사의 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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