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마음으로 보답하는 일

2025.09.19. 금

by 감우

종일 비가 내렸고, 손님이 적었고, 나는 이상하게 마음이 붕 떠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하루였다. 그렇다고 일은 안 한 것은 아니고, 내 머릿속처럼 두서없이, 여러 일들을 이것저것 해치웠다. 일단 어제오늘 들어온 상품들 입고 잡기, 책 증정 이벤트 결과 발표 피드 올리기, 신상 피드 올리기, 상품 셀렉 ing, 편지지 발주 마무리 등의 일을 함.


단골손님이 친구들을 데리고 와 플로팅 투어를 시켜 주셨고, 시크한 손님이 노트와 이런저런 것들을 잔뜩 구매해 가셨고, 플로팅 온라인 고객님께 디엠을 받았다. 특기할 만한 사건(이건 사건이라 하기에 충분하다)은 마지막뿐이므로, 그에 대해 잠시 부연 설명을 해 보기로 한다.


플로팅 매장을 방문한 적은 없는 이 고객님은, 내가 첫 발주 실수를 했던 주문 건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너그러운 고객님은 나의 실수를 흔쾌히 이해해 주신 것은 물론, 상품을 받아 보신 뒤 장문의 후기를 남겨 주시더니, 짧은 텀을 두고 재주문까지 해 주시며 온라인 첫 단골 고객님이 되어 주셨다. 플로팅 매장도 그런 식으로 성장을 하였기 때문에, 이 고객님의 존재는 내 마음속에 온라인에 대한 희망의 씨앗으로 심겼다.


그런데 오늘, 바로 그 고객님께서, 내 취향으로 선별한 상품들을 랜덤 박스로 만들어 줄 수 있냐는 메시지를 보내 주신 것이다. 하나는 친구에게 선물하고, 하나는 본인이 가지려고 한다면서, 부담은 갖지 않아도 된다는 따뜻한 맺음말과 함께. 이분은 나를 얼마나 믿어 주고 있는 걸까, 플로팅을 얼마나 애정해 주고 있는 걸까.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걸까. 어떤 먹먹함까지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플로팅을 대하는 나의 마음이 조금은 달라졌음을 고백한다. 나는 이제 더 이상, 플로팅이 망해도 좋다고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 보답해야 할 마음들이 너무 많아서, 이제 더는 나만의 플로팅이 아니게 된 것만 같아서, 어떻게든 플로팅을 오래도록 지켜내고 싶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를 동원해서라도, 플로팅을 망하지 않는 쪽으로 끌고 가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해 보는 밤. 흐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마음만은 바삭하게 화창한 날이다.

KakaoTalk_20250919_185633826.jpg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마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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