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2025.10.17. 금

by 감우

요즘 정말 이 문장을 자주 생각했었다. 그런데 오늘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을 펼쳤는데 이 문장으로 시작하는 작품을 읽게 되었다. 책을 읽다 보면 이런 운명 같은 순간을 자주 만나게 된다. 읽는 행위는 정말이지 종교와 비슷한데, 종교에 비해 책은 응답률이 훨씬 높다는 장점이 있다.


오늘 읽은 작품은 김기태의 <일렉트릭 픽션>이었는데, 뭐 딱히 이 책의 내용이 내게 어떤 응답을 준 것은 아니고, 조금 더 진지하게 저 문장을 머릿속에 굴려 보게 되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누군가는 사랑이라 하고, 누군가는 돈이라 하고, 누군가는 전기라고도 하는데, 나는 여전히 명확한 답을 찾지 못하겠다.


삶의 목적을 찾지 못했으면서도 이상하리만치 생에 대한 집착이 강해서, '무엇으로'가 없더라도 일단 살아 있으니 살아야 한다는 생각만이 단단한 기둥처럼 나를 지탱하고 서 있다. 빨간 날이 많아 내심 기대했던 10월의 매출은 날이 갈수록 희망의 불씨가 사그라들고 있다. 대박은 없는데 쪽박은 명확한 10월이다.


이제는 하루 매출을 조졌다고 망할 거라는 두려움에 벌벌 떠는 단계는 지나갔다. 하지만 장사가 안 된 날이면 어쩔 수 없이 조금쯤 힘이 빠진다. 생각을 아주 조금만 비틀면 분명 어떤 빛이 보일 것 같은데, 잡힐 듯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그래도 희망적인 것은 어떤 빛이 보일 것 같긴 하다는 것, 잡힐 듯 잡힐 듯 잡히지 않지만, 여전히 좀 더 손을 뻗으면 잡힐 것만 같다는 것 정도랄까? 이게 희망적이라고 할 수 있는 지표인지는 모르겠지만.


최고 매출을 갱신하고 그대로 치고 올라갈 줄 알았던 그래프는 다시 답보 상태를 지속 중이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한 답을 찾으면 플로팅의 답도 찾을 수 있게 될까? 지난한 답보에 불안이 스민 것인지 오랜만에 나루토가 필요해졌다. 오늘 퇴근길에 나루토 배지라도 하나 사서 가방에 달아야겠다. 그리고 나루토 정신으로 내일을 맞이해야지.

B11F3BAA-61F3-4826-822B-914515E90142.jpg 이런 게 바로 젊음인 거겠죠?

승승장구보다는 패배와 좌절이 더 어울리는 게 젊음이라고 생각하면, 조금은 위안이 되기도. (이럴 땐 젊은 작가의 글들이 꽤 도움이 됩니다. 그 안에서 구르고 있는 인물들은 대부분 저보다 훨씬 더 절망적이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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