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20. 월
오늘 아침부터 속이 울렁거리고 이상하더니만, 출근하고 점점 더 심해져서 아주 난리도 아니었던. 플로팅 오픈 이래 처음으로 진지하게 조퇴를 고민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렇지만 아프다는 건 아주 특수한 몇몇 케이스를 제외하면 전부 일정 부분 핑계를 포함하고 있다고 믿는 개쌉꼰대 마인드의 소유자인 나는 나 자신에게도 야박해서 도무지 조퇴를 할 수가 없었다. 힘들긴 하지만 불가능하지는 않은 정도라면 일단 버텨야 한다. 쓰러지더라도 학교 가서 쓰러지라고 배웠던 인간의 한계라고나 할까. 안 아픈 게 거의 유일한 재능이라 조금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다.
대신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했다. 하려고 했던 일들, 해야만 했던 일들을 전부 미뤄두고, 손님이 없을 때면 벽뒤로 들어가 더러운 사다리에 머리를 기대고 잠시 눈을 붙였다. 다행히 손님은 적었다. 그러나 오후부터 저녁까지 꾸준하게 한두 명의 손님들이 플로팅 문을 열고 들어왔다. 조퇴를 했다면 만나지 못했을 분들일 테다. 장사를 다른 말로 하면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약속들을 지켜나가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내 가게라고 해서 내 마음대로 약속을 깰 수는 없는 것이다. 약속은 언제나 쌍방의 합의에 의해서만 체결되는 것이므로. 물론 이건 어쩌면 나 혼자만의 강박일 수도 있다.
그런데 오늘은 정말 심하긴 하네. 얼른 집에 가서 눕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