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21. 화
어제는 오늘 가게 문을 열지 못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퇴근을 하고 들어가 옷만 갈아입고 침대로 파고들어 10시간 가량을 잤다. 아침에 일어났더니 어제보다는 확실히 상태가 좋아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조금 일찍 나가 병원에서 조금 비싼 수액을 맞았다. 지금은 거의 정상 상태로 돌아온 듯하다. 나도 가끔 내 회복력에 놀란다. 나는 좀처럼 아프지 않지만 아프더라도 회복이 빠르다. 확실히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캐릭터와는 거리가 먼 인간이다.
내가 아프다는 것을 알게 된 주변 사장님들이 엄청난 걱정과 엄청난 챙김을 내게 주었다. 나는 되게 감사하고 감동적이면서도 한편으론 조금 놀랐다. 이 사람들은 어떻게 이렇게 따뜻하고 다정한 걸까.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반대에 끌리는 것은 정말이지 본능인 것인지, 내 남편은 평균 이하의 약골이다. 나는 골골대는 남편에게 "정신력으로 버텨. 의지를 쓰란 말이야." 한다. 내 남편이 저런 따뜻한 여자를 만났다면 좋았을텐데. 내가 잘 아프지 않고, 내가 금세 회복하는 인간이라, 나는 위로에 취약하다. 그러니까 나의 튼튼함은 축복이자 저주이기도 하다.
그런데 여기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나는 재생도 회복도 확실히 남들보다 조금 더 빠르게 타고난 것 같긴 하지만, 일단 나는 어떤 이상 신호를 느끼면 모든 감각과 모든 행동의 포커스를 나의 회복에 맞추고 회복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즉각적으로 시행한다. 근데 내 남편은 그걸 안 한다니까요? 아픈데는 다 이유가 있는 거라고...!
오늘 반드시 나를 회복시켜야만 하는 이유가 있긴 했다. 어쩌다 보니 내일(휴무일) 스케줄을 네 개나 잡아 버렸고(독서모임 날을 착각해서 더 빡빡해져 버린), 그런데 모두 미루기 어려운 스케줄이라 어떻게든 전부 수행해야 하기 때문. 오늘 컨디션을 보면 내일의 스케줄은 무난히 수행할 수 있을 듯 하다. 역시 다 의지의 문제라니까? 이렇게 꼰대가 된다..
ps: 어제는 장사가 제법 잘 되었고, 오늘은 조용한 하루. 어제와 오늘이 바뀌었다면 참 좋았을텐데, 혹시 내가 아픈 날 손님이 많이 오시는 걸까?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