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31. 금
10월의 마지막 날이다. 이제 정말 연말이라는 말이 자연스러운 계절이 되었다. 아무튼 오늘은 10월의 마지막 날이니 간단한 한 달 소회를 해 보기로 하자.
장사는 나도 몰랐던 나의 바닥을 자꾸만 마주해야 하는 과정인 것 같다. 거의 평생을 남 눈치 안 보고 남 신경 안 쓰고 산다고 믿었던 나지만, 돈 앞에서 자꾸만 남과 비교하는 못난 나를 만나게 되었다. 그것은 돈을 못 버는 것보다 더 힘겨운 일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경쟁의 순기능, 나 자신을 자극하여 얻을 수 있는 성과들을 발견하게 되기도 했다. 10월은 그 사이에서 다소 혼란했던 마음이 조금은 정리되었던 한 달이었다.
역시 답은 나에게 집중하는 것이다. 불편한 것은 요령 있게 피해 가기도 하면서, 나만의 루틴을 확보하고 그 안에서 안전한 도돌이표를 반복하는 것. 오늘 내가 하지 못한 일보다 오늘 내가 한 일에 집중하고, 오늘 내가 가지지 못한 것보다 오늘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는 연습을 하는 것. 여전히 과정 중이다. 모든 일에는 연습이 필요하다.
집이 혼란해서 내 마음도 혼란한 건가 싶어 온 집안을 다 뒤집어엎어버렸고, 이 또한 여전히 과정 중에 있다. 플로팅의 상품 셀렉 기준, 온/오프 병행 시스템 등을 나름대로 정리해 보기도 했고, 미뤄두었던 자사몰 리뉴얼도 마무리 단계에 다다랐다. 나는 매일 오후 열두 시부터 저녁 여덟 시까지 한 자리를 지킨다. 그 여덟 시간들이 쌓이고 쌓여, 매일 똑같은 오늘 같지만 뒤돌아 보면 꽤 먼 길을 걸어왔음을 자각할 때가 있다. 10월은 그 감각이 꽤 가깝게 체감되었던 한 달이었다.
나를 많이 다그쳤던 10월이지만, 오늘만큼은 오직 칭찬만 해 주고 싶다. 나는 꽤 잘 해내고 있다. 나는 아직 망하지 않았다. 플로팅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 나는 살아 있고, 플로팅도 살아있다. 그것만이 진실이다. 오늘만큼은, 이것으로 충분하다.
나는 결혼한 지 10년이 지나서야 남편에게 "이제는 너랑 헤어질 수 없을 것 같아."라는 말을 했다. 보통은 절대 헤어지지 않을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시작하겠지만 나는 아니었다. 그것은 남편을 덜 사랑해서는 아니고 영원한 것은 있을 수 없다는 확신이 헤어지지 않을 거라는 확신보다 더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10년이라는 세월을 함께 보내며, 우리 사이에 켜켜이 축적된 시간과 그 시간동안 쌓아올린 신뢰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확신의 방향이 수정된 것이다.
플로팅도 마찬가지다. 2년이 조금 못 되는 지금도 나는 여전히 플로팅의 끝을 생각한다. 빈말로도 끝이 없을 듯한 뉘앙스의 말은 하지 않는다. 언제나 플로팅의 끝을 염두에 둔다. 이건 어쩌면 일종의 자기 방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확신 없는 하루하루가 쌓이고 쌓여, 언젠가 플로팅을 두고도 "이제는 네가 망하는 건 상상조차 되지 않아." 따위의 말을 할 수 있게 될까? 그런 날이 오면 조금 멋질 것 같다. 10년차에 남편에게 고백 아닌 고백을 한 날, 내가 비로소 우리 결혼 생활을 꽤 멋지다고 생각했던 것처럼.
인스타에 10월을 마무리하는 편지를 써서 보내고, 일기에 개인적인 갈무리도 하였으니, 이제 10월을 보내 줘도 좋겠다. 11월부터는 슬슬 크리스마스 소품도 꺼내고 캐럴도 조금 틀어볼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