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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뒤집혀도 시계는 흐른다

2025.11.10. 월

by 감우

어제가 이번 달 최고 매출이었는데, 월요일인 오늘이 어제보다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 주말에 돈을 충분히 벌지 못했다고 징징거렸던 덕일까? 최근 3개월 중 평일 최고 매출이고, 아마도 높은 확률로 평일 역대 최고 매출이 아닐까 싶다. 얻어걸린 우연인 것 같긴 하지만 감사한 일.


그러나 오늘 하루 장사가 조금 잘 됐다고 좋아할 수는 없는 것이, 연말 시즌에 맞추어 발주 품목이 점점 늘고 있기 때문. 심신이 지치는 하루하루가 아닐 수 없다.


'열심히'가 능사는 아니라는 것을 장사를 하며 혹독히 배우고 있다. 그럼에도 열심히 하는 자에게만 기회가 주어진다고 여전히 믿고 있으므로, 열심히 하지 않을 도리도 없는 실정이라고나 할까.


오늘은 온라인 업로드를 두 개 했는데, 거래처에서 상세 페이지를 받아 올리는 상품이라 타 상품에 비해 비교적 시간이 적게 드는 품목이었음에도 은근히 시간을 잡아먹어 결과적으로는 생산성이 떨어진 하루. 내일은 또 새로운 상품들이 들어올 텐데, 밀린 일들은 언제 다 할 수 있을까. 일거리는 끝이 없고, 돈 쓸 거리도 끝이 없는데, 벌리는 돈은 예측이 불가하니 참 불안정한 삶이 아닐 수 없다.


연말이 다가와서일까, 한참 스퍼트를 내서 연말 특수를 노려봐야 할 이 시기에, 좀처럼 기운이 올라오지 않고 있다. 그러나 내 기운과 상관없이 해야 할 일을 할 수는 있다. 그래서인지 요즘 나의 일상은 주도적이기보다 끌려가듯 흘러가는 듯하다. 내가 적어둔 투 두 리스트에 멱살 잡혀 일하고, 눈에 띄는 빈자리들에 멱살 잡혀 발주를 넣고, 손님들이 지나가듯 던지는 한 마디 한 마디에 멱살 잡혀 새 상품을 찾는다. 아무튼 굴러는 간다. 생각보다 잘, 생각보다 힘차게, 굴러가고는 있다. 그 안에서 도돌이표를 찍는 내가 괜찮은지는 한 번쯤 생각해 볼 문제.


다만 나는 확실히 무리 생활이 적성에 맞지 않는 편으로, 힘에 부치기는 해도 역시, 혼자 일하는 게 가장 속 편하긴 하다.

8689626A-9A58-45ED-8970-3C04D32DBC7A.jpg 라이브 하는 내 모습. 이웃이 선물해 준 감사한 도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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