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11. 화
화요일은 원래 조금 조용한 날인데, 오늘도 역시나 손님이 거의 없었던 하루. 근데 또 막상 화요일 매출을 보면 그렇게 낮은 편도 아니긴 하다. 오늘도 내내 조용하다 저녁 무렵 들어오신 손님들이 전부 뭔가를 사 가지고 나가신 덕분에 매출은 나쁘지 않은 편!
오늘은 마당 조화 나무에 조명을 감고 크리스마스 오너먼트를 걸어 주었다. 제일 귀찮은 작업이라 차일피일 미루다가, 미루면 미룰수록 점점 더 귀찮아지는 듯하여 얼른 해치워 버리기로 했다. 다소 조악하고 빈약하지만, 아무튼 유사 트리 완성. 완벽을 추구할 수 없다면 가진 것 안에서 응용력을 키우기. 그럴 때 특별한 무언가가 탄생하기도 하는데, 그러한 우연의 변주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고로 플마당의 유사 트리가 개인적으로는 꽤나 만족스럽다는 말!
그 외에도 각종 조명에 빨간 리본을 매달아 주었다. 남은 오너먼트로 모빌을 만들어 창가에 걸어 주기만 하면 일단 내가 계획했던 크리스마스 장식은 끝! 온라인 업로드 두 건을 완료했고, 이러저러한 일들을 해치우던 와중에 물건이 대박스로 산더미처럼 들어와서 결국 오늘도 결말은 정신없는 하루.
심신이 지치고 사는 게 지겨운 와중에, 어제 남편에게 이런저런 하소연을 했더니 일찍 일어나 아침 시간을 너만의 시간으로 활용해 보라는 조언을 해 주었다.. 물론 나도 그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어제는 유독 그 말이 와닿아서 오늘은 일찌감치 일어나 남편 출근길에 따라나가 배웅도 해 주고, 커피 한 잔 사서 아침 산책도 해 보았다. 꽤 괜찮은 하루의 시작이었다. 결국 대부분의 아침 시간을 집안일에 할애하긴 했지만, 그 또한 피곤하기보다는 보람찼고, 하루가 조금 더 길어진 느낌! 가능한 한 오래 지속해 볼 생각. 역시 인간에게 이로운 생활 패턴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일까?
나는 가게 밖에서는 자발적으로 음악을 듣는 일이 거의 없는데, 오늘 아침에 음악을 들으며 산책하는 시간이 꽤 만족스러웠다. 보통 이동할 때는 오디오북을 듣는 편인데, 듣는 것은 똑같지만 책의 내용을 따라가야 한다는 면에서 조금 더 기민한 집중력을 요한다. 고로 오디오북은 뇌를 쉬게 해 주지는 못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음악은 그저 흘려보내면 그만이기에 생각을 자유롭게 뻗어 보낼 수 있고, 아주 오랜만에 뇌가 쉬고 있다는 감각을 체감하게 되었다. 산책을 마치고 돌아와 노트에 '아침 시간엔 영상, 인스타그램 금지. 플로팅 생각 금지.'라는 문장을 적었다. 다음 산책 때는 노트를 들고나갈 생각이다.
세계를 뒤집을 수 없는 것만큼이나 내 인생을 뒤집는 일도 대체로 불가능하지만, 주어진 것 안에서 생각을 뒤집는 것은 언제나 가능하다. 당장 직원을 고용하거나 가게를 팽개치고 어딘가로 뛰쳐나갈 수는 없으니 이 안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 해야지. 그렇게 또 하루를 살아가야지. 결국 인생은 하찮은 것들이 축적되어 완성되는 것 아닌가. 점을 찍는 게 아니라 선을 그린다 생각하며 나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