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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일기

2025.11.15. 토

by 감우

손님이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구매 전환이 제법 잘 이루어져 바쁨의 체감 정도는 매우 높았던 편. 그 와중에 끝나지 않는 상품 입고 작업으로 더더욱 정신없는 하루가 완성되었다. 온/오프 재고를 분리하면서 재고 적재 공간이 더더욱 부족해졌고, 이제는 수납공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쓰기 위한 아이디어가 필요해졌다. 물건을 찾기 쉬워야 하고, 넣고 빼기에 용이해야 하며, 최대한 많이 보관할 수 있어야 한다. 집에서도 동일한 고민이 연속적으로 이어진다.


지난주 <사랑이 한 일>을 읽다가 '오르막도 내리막도 원치 않고, 그저 평평하길 원한다.'는 문장을 만났다. 어쩐지 부러워졌다. 오르막을 갈망하고, 내리막에 좌절하며, 도무지 평평함을 허용하지 않는 나는 '그저 평평하길 원한다'라고 담담히 말할 수 있는 책 속의 그녀가 참 멋지게 느껴졌다. 남편에게 그 이야기를 했다. "내가 편안해지려면 평평함을 추구해야 하는 것 아닐까?" 하는 맺음말도 잊지 않았다.


남편은 꽤나 단호한 어조로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했다. "우리는 젊잖아. 열심히 올라가기 위해 노력해야지, 평평함을 추구할 때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일정 부분 동의했고, 일정 부분 야속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결국엔 그 말에 온전히 동의하게 되었다. 그래 다시 열심히 달리자! 주먹을 꽉 쥐었다.


오늘 아침, 남편과 집안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목소리를 높이게 되었다. 집에서도, 밖에서도 할 일이 넘쳐나는 이 생활이 너무 지친다고 얘기한 나에게 남편은 말했다. "너는 너무 여유가 없어. 여유를 좀 찾아." 내가 조금 극단적인 편이라는 것은 나도 알고 있다. 아무것도 안 하거나 끊임없이 무언가를 한다. '적당히'같은 것은 내겐 너무 어려운 개념이다. 하고자 마음먹은 일이 있다면 당장 해치워야만 한다. 그러지 않으면 그 일이 마음에 짐덩이로 들어앉아 계속 나를 괴롭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해야 할 일이 있는 상태에서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은 결코 쉼이 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자꾸만 급해진다. 남편 말대로 여유를 좀 찾아야 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평평함을 추구하는 건 안 되지만 여유는 있어야 한다고? 그게 맞아?


여전히 모르겠는 것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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