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회사 부장님에게 전화가 왔다.

by 감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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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한 지 세 달이 지난 어느 날이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이름이 핸드폰 액정에 떠올랐을 때의 당황스러움이란! 뭐지? 뭐야? 나한테 왜 전화해? 혼잣말을 하며 일단 전화를 받았다. 잘 지내는지, 일은 하는지, 왜 놀러 오지 않는지(?) 등의 의미 없는 인사치레 같은 말을 몇 마디 하고 전화를 끊었다. '진짜 왜 전화 한 거지?'


전화를 끊자마자 남편에게 카톡을 했다. "너 다시 부르려고 하는 거네" 남편이 얘기했지만 그런 이야기는 전혀 없었다. 그러나 나도 핸드폰 액정에 부장님의 이름이 뜨자마자 그 생각을 했었다. 전화벨이 울리고 전화를 받기까지 그 찰나의 순간에 다시 돌아오라고 하면 난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고민했고, 고민에 답을 내리지 못한 채로 전화를 받았다.


그동안 이직을 생각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남편의 월급으로 먹고사는데 큰 지장은 없었지만 내 용돈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고 저축은 꿈도 못 꾸는 상황이었다. 가진 돈을 까먹는 게 눈에 보이자 조급함이 생겼다. 문득문득 내가 계속 회사를 다녔더라면, 되뇌는 날들이 많아졌다. 가지고 싶은 게 생겼을 때, 이사 날짜가 코앞으로 다가오는 것을 느낄 때, 경조사가 닥쳤을 때, 돈이 필요한 때때마다 월급이 아쉬워졌다.


어쩌면 조금은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못 이기는 척 다시 월급의 달콤함이 있는 곳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전화를 끊고 한참을 생각했다. 정말 나를 다시 불렀다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 나는 정말 다시 회사로 돌아가고 싶은 걸까? 머리는 아니라고 하지만 마음은 자꾸만 흔들린다. 지금도 가끔 그 전화를 생각하며 내 마음에게 물어본다. 내가 진짜 원하는 건 무엇인지. 생각을 하고 또 하다 보면 결국 마지막 결론은 똑같다. 아직은 아니라고. 월급보다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적은 돈을 벌고 있지만, 그럼에도 이쪽이 조금 더 희망이 있는 길이라고. 조금 더 해 봐야 한다고.


그럼에도 참, 돈이란 게 뭔지..! 돈 앞에서 나는 오늘도 바람 앞의 갈대처럼 쉴 새 없이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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