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 투자와 성장
요즘 들어, 일이라는 것에 온전히 몰입하는 사람을 찾기가 점점 어려워졌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워라밸이 중요하다는 흐름도 이해하고, 또 그렇게 균형 잡힌 삶이 건강에 좋다는 사실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런데도 정해진 일정을 넘겨버리거나 결과물이 기대 이하인데도 크게 불안해하거나 부끄러워하지 않는 모습들을 보면, 마음 한편에서 아쉬움이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혹시 내가 ‘꼰대’가 되어 버린 건 아닐까 스스로 돌아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만큼 일에 매달리고, 몰입하고, 때로는 미쳐 있었던 경험이 내게는 너무나 소중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돌이켜 보면, 인류는 긴 세월 동안 크고 작은 업적을 만들어 내기 위해 때로는 ‘양적 투자’라는 이름으로 밤낮 없이 전력투구해 왔다. 그렇게 맹렬히 달려드는 과정에서 비약적인 성장과 혁신이 일어나는 모습을 나는 종종 목격했다. 물론 이런 방식이 무조건 옳거나, 모든 상황에 통용되는 건 아니라는 걸 안다. 하지만 내가 직접 몸으로 겪은 결과물들은 대부분 ‘조금은 과하다 싶을 만큼의 시간과 노력을 들였을 때’ 얻어진 것들이다.
그래서 종종 ‘왜 예전처럼 미친 듯이 달리는 사람들이 많이 없을까’ 하는 아쉬움이 스치곤 한다. 하지만 지금의 나 역시 매번 “해야 할 일이 끝나지 않으면 퇴근은 없다”는 생각을 흔들림 없이 지켜내는 건 아니다. 어떤 날은 귀찮음이 몰려오고, 또 어떤 날은 현실적인 제약에 타협해 버릴 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도할 만큼의 시간을 투자해 보고, 끝맺음이 깔끔해질 때까지 집요하게 매달리는 자세가 결국은 내게 많은 것을 가르쳐 준다고 믿는다.
이런 마음을 되새기면서, 내가 앞으로도 추구하고 싶은 태도는 한결같다. ‘부디 마지막까지 한 번 더 애써 보자.’ 스스로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한 걸음 더, 한 시간 더 매달려 보고 싶다. 그리고 동시에, 그런 집념이 다시금 통하는 순간이 찾아온다면, 분명히 내 마음속의 열정도 반짝일 거라 생각한다. 워라밸과 삶의 질은 소중하지만, 종종 무언가에 몰입해 혼신의 힘을 다해 보는 경험은 역시나 값지다고 느낀다. 그것이 내가 스스로에게 더 다짐하고 싶고, 아쉬운 마음까지도 감수해 가며 지키고 싶은 성장의 방식이다. 결국, 조금은 고루해 보일지라도, 과감한 양적 투자와 철저한 마무리가 만들어 내는 성취감에 대해 나는 여전히 매력을 느낀다. 그리고 그 가치를 놓치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