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따르기도 해야 합니다.
'좋은 리더란 무엇일까?' 이 질문은 특히 조직에서 무게감 있는 역할을 맡게 될수록 더 깊은 고민으로 다가옵니다. 저 역시 꽤나 오랜 시간 조직 생활을 하며 늘 이 질문과 씨름하는데요, 최근 느낀 바를 공유합니다.
리더는 '이끌어야 할 때와 따라야 할 때를 아는 사람'이라는 것. 이 균형 감각에서 좋은 리더십의 깊이가 발견됩니다.
우리는 리더에게 뛰어난 전문성, 명확한 소통 능력, 예측 가능한 일관성, 그리고 따뜻한 공감 능력을 기대합니다. 물론이죠. 이런 자질들은 마치 건물의 기초공사처럼, 리더십이라는 집을 짓기 위한 필수 요소입니다. 구성원들이 마음 놓고 신뢰하고 따를 수 있는 단단한 기반이 되어주기 때문입니다. 이것들이 없다면 리더십은 모래 위에 성을 쌓는 것과 같을 겁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리더십의 또 하나의 깊이는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깊이 있는 리더십은 종종 '따르는 능력'에서 발견됩니다. 생각해 보면 모든 리더는 동시에 누군가를 따르고 있습니다. 시니어는 팀장을, 팀장은 임원의 결정을, 임원은 경영진의 결정을, CEO조차 이사회나 시장, 고객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죠. 여기서 중요한 것은 '따른다'는 것이 결코 수동적인 복종이나 체념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진정한 '따름'은 상황을 이해하고 더 큰 목표를 위해 기꺼이 방향을 맞추는 능동적이고 지적인 선택입니다. 특히 책임 있는 리더에게 이 '따름'의 기술은 두 가지 중요한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때로 리더의 '따름'은 상위 결정이나 기존 방식에 용기 있게 '아니오'라고 말하는 형태로 나타납니다. 이것은 반항이 아니라, 조직을 위한 깊은 고민에서 우러나온 책임감의 표현이죠. 하지만 이런 건설적인 반대는 결코 쉽지 않습니다. 막연한 불만이나 감정적인 토로가 아니라, 상황을 냉철하게 분석한 명확한 근거와 논리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구체적인 데이터나 사례를 찾는 치열한 준비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또한, 평소 쌓아온 신뢰라는 자산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일관된 판단력과 책임감 있는 태도를 보여온 리더의 목소리는 훨씬 더 진지하게 경청되기 마련이니까요. 결국, 조직을 위한 진정성 있는 '아니오'는 때로 침묵하는 '예스'보다 훨씬 값진 충성심의 증거가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열한 고민과 의견 개진 끝에 최종 결정이 나의 생각과 다르게 내려지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바로 이때, 리더의 진정한 역량이 시험대에 오릅니다. 좋은 리더는 일단 결정이 내려지면, 개인적인 아쉬움을 뒤로하고 온전히 그 방향을 지지하며 팀을 이끄는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더 나아가, 리더는 자신뿐만 아니라 혹시 실망했을지 모를 팀원들까지 새로운 방향으로 설득하고 동기를 부여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진정성입니다. 리더가 먼저 결정된 방향에 대한 믿음을 행동으로 보여줄 때, 팀원들은 자연스럽게 그 에너지를 느끼고 함께 나아가게 됩니다. 단순한 전달자가 아닌, 결정된 비전을 현실로 만드는 강력한 실행 엔진이 되는 것입니다. 저는 사실 이 지점이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리더라는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늘 내 옷이 아닌 마냥 불편하고요. 그럼에도 해내야겠죠.
리더로서 가장 견디기 힘든 유혹 중 하나는, 과거 내가 반대했던 결정이 결국 문제를 일으켜 '내 예상이 맞았음'이 증명되었을 때 찾아옵니다. "거봐, 내가 그때 그렇게 말했잖아!"라고 외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겁니다. 하지만 늘 돌이켜 보면 바로 그 순간, 그 달콤한 유혹을 이겨내는 것이 진정한 리더십이라고 생각 듭니다. 우리가 함께 모인 이유는 잘잘못을 따져 서로를 비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함께 배우고 성장하여 다음번에는 더 나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누가 옳았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우리가 무엇을 배웠고, 앞으로 어떻게 더 잘할 수 있을지에 집중할 수 있는 성숙함이 필요합니다. 실패를 비난의 근거가 아닌 성장의 자양분으로 삼는 태도, 그것이 조직도 나도 성장하는 힘입니다.
결국 좋은 리더십은 이끌어야 할 때와 따라야 할 때를 정확히 알고 실천하는 균형에서 완성됩니다. 필요할 때는 논리적인 근거와 용기를 가지고 목소리를 내고, 일단 방향이 정해지면 누구보다 먼저 앞장서서 팀을 이끌며 헌신하는 사람. 특히 위로는 조직 전체의 방향을 이해하고 따르면서, 아래로는 팀원들에게 그 의미와 가치를 설득하고 동기를 부여해야 하는 중간 관리자에게 이러한 균형 감각은 조직이 망하지 않도록 하는 필수&기본 값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그런 리더가 되기 위해, 그리고 그런 리더와 함께하기 위해 오늘도 고민하고 배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