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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현 May 27. 2016

레오에게 쓰는 첫번째 편지

이제 엄마라는 이름을 내게 붙이려 한다

안녕, 레오. 


오늘은 너를 내 뱃 속에 품은지 10주 1일이 되는 날이란다. 


벌써 10주, 그래서 난 너를 5주째부터도 알고 있었어. 6주엔 병원을 가서 확인했고, 7~8주엔 사람들에게 알려 내가 임산부임을 알렸지. 그렇지만 내심 (오늘까지도) 마음은 참 조심스러웠어. 나는 임신이라는 것이 주는 몸의 변화와 피곤함에 늘 힘들어했고, 혹여나 네가 잘 크고 있지 않을까봐 불안해했단다. 


갑상선 수치가 낮다는 갑상선저하증이란 것으로 새벽에 일어나 약을 먹고 아침을 챙겨먹고 엽산을 먹고, 비타민 D도 의사 권유로 한방울씩 하고 있는 중이란다. 입맛은 없고, 이상한 향이라도 맡게되면 갑자기 속이 울렁거려 웩웩거리고. 잠은 어찌나 쏟아지는지...몸은 자꾸 부어서 잘때도 끙끙거린단다.


여자는 왜 이리 힘든거야하며 투덜거리지만, 그래도 배를 쓰다듬으며 너에게 미안함을 느끼기도 하고. 그렇게 나는 10주, 70일이라는 시간을 지내왔단다.


난 나의 엄마 말고는 내 스스로 엄마라고 지칭하는 건 참 어색한 일이었단다. 그동안 개와 고양이들을 키워왔지만 난 그 아이들에게 '엄마'는 아니였어. 난 늘 언니나 오빠였지. 생각하기에 엄마라는 단어는 내게는 어울리지 않았어. 


두구두구 뛰는 심장소리를 듣고 난후, 난 이제 내게 엄마라는 이름을 붙이려 한단다. 너에게 '엄마는 말이야-'라고 말해주려고 한단다. 네가 언젠가 엄마-라고 불러줄 그날을 생각하며 나를 다잡으려 한단다. 


엄마는 아직 두렵고 무서운 것도 많단다. 앞으로의 30주 넌 어떻게 커갈지, 건강하고 완전한 아이로 태어날지, 나는 잘 이겨낼 수 있을지, 네가 태어나 살아갈 세상 역시 네버랜드의 악어와 선장보다 더 무서운 것들이 많은 곳이란다. 기업의 이기심들 정부의 무관심 속에서 사회의 편견 속에서 어떻게 널 안전히 지킬지 그것 또한 무서운 소식이 많단다. 


그렇지만 기대하렴. 네 옆엔 좋은 음악을 찾아 들려주는 멋진 아빠가 있고, 맛난 음식을 직접 만들어 보내주시는 멋진 남평 할아버지, 할머니도 계시단다. 너에게 소녀같은 외할머니도 생길거야. 엄마 아빠의 친구들은 이모, 삼촌이 되어 널 예뻐해줄거란다. 2마리의 보송보송한 고양이 가족도 네게 웃음을 줄거야. 


그리고 이 모든 걸 네가 오롯이 느낄 수 있도록 말해주려고 해. 엄마라는 이름으로...

우리, 앞으로 잘해보자.


ps. 우린 35여년 동안 세상에 태어나 단 한번도 누군가의 엄마, 아빠가 되어 본 적 없어, 네가 최초란다. (자랑스러워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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