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아래, 집으로 가는 길

by 임현

4월이다. 벚꽃이 피면 어릴 적이 떠오른다.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꽃잎을 주워 바람에 날리던 날들. 그땐 단순했다.


하지만 한국의 4월은 아름다움만 있지 않다. 벚꽃 아래엔 뜨거운 열망과 아픈 기억이 얽혀 있다.


4·19 혁명, 4·3 사건, 세월호 참사. 이 4월의 흔적들은 다르지만 하나로 닿는다. 불의에 맞서고 서로를 지키려는 뜨거운 마음이다. 그래서 나는 우리를 “뜨거운 민족”이라 부른다. 사랑도, 분노도, 눈물도 뜨겁게 흘리는 사람들이다.


봄은 새로움의 계절이다. 꽃이 피고 잎이 돋는다. 근데 벚꽃은 가장 예쁠 때 금방 진다. 세월호 이후 벚꽃을 보면 덧없음이 느껴진다. 떨어지는 꽃잎 아래 새 풀잎이 돋아도 그 쓸쓸함은 남는다. 4월은 그렇게 희망과 슬픔을 같이 안고 간다.


남편의 노래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생각났다. 결혼 10년이 지나던 무렵, 남편에겐 집이 더 이상 휴식이 아니었다. 오히려 집을 떠나야 쉴 수 있는 공간이 됐다고 했다. 일한 지 20년이 넘은 지금, 나도 비슷하다. 집은 아침저녁 잠깐 머리를 기대는 곳일 뿐이다.


하지만 10살, 8살 우리 아이들에겐 다르다. 그 애들에게 집은 더할 나위 없는 집 그 자체다. 이 차이가 마음을 흔든다.


집은 누구에겐 떠나야 찾는 안식이고, 누구에겐 온전히 뿌리내린 전부다. 4·19의 젊은이들이 민주주의라는 큰 집을 위해 싸웠듯, 세월호 아이들은 우리가 마음으로 품는 집이 됐다. 벚꽃 길을 걸으며 집이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각자의 삶과 역사임을 느낀다.


2025년 4월 대한민국의 두 번째 탄핵 대통령이 된 그가 집으로 돌아간다는 기사를 본다.


우리는 뜨겁게 산다. 억압에 저항하고 아픔을 기억한다. 이 기질은 힘들어도 우리를 앞으로 밀어준다. 벚꽃이 지면 새 잎이 나듯, 아픔을 딛고 일어서는 힘이 있다. 과거를 잊지 않고 미래를 그리는 게 우리의 몫이다.


4월의 벚꽃은 예쁘고 아프다. 그 아래서 남편의 노래를 흥얼거리며 집으로 간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그곳은, 나와 남편에겐 잠깐의 쉼이고 아이들에겐 전부다. 내년 4월, 또 이 길을 걸으며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 고민할 것이다.


https://youtu.be/A4V5TmYbzqc?si=aQ66EwCtNNnoPh0I


작가의 이전글사월의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