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밤, 챗GPT에게 묻다

by 임현

하필 토요일이었다.

오후 12시 40분, 아이의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처음엔 단순한 감기인 줄 알았다. 하지만 체온계 숫자가 38.7을 넘는 순간, 머릿속 계산기가 빠르게 돌아갔다.

“이 시간에 문 여는 병원이 있을까?”


첫 번째 병원은 이미 접수 마감. 이비인후과로 옮겨 마지막 환자로 진료를 받았다. a형 독감 확진. 수액을 맞으면 빠르게 회복되지만 이 병원에선 놔줄 수 없다며 다른 병원을 추천해주었다.

그렇게 찾아간 세 번째 병원은 의사 두 명에 대기 아동이 여든여덟 명이었다.

그 숫자를 보고 잠시 멍해졌다.

아이를 안고 네 시간 반을 기다리는 동안,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아이는 내 품에서 축 늘어졌고, 나는 그 작은 몸을 덥히지 않으려 애쓰며 팔을 바꿔 들었다.


드디어 진료 차례가 왔다.

의사는 빠르게 설명했고, 나는 한 단어도 놓치지 않으려 애썼다.

하지만 1분 남짓한 진료는 너무 짧았다.

페라미플루, 해열제, 수액.

낯선 약 이름만 머릿속에 남았다.

처방받은 약은 약물성 비염엔 괜찮은지, 해열제 간격은 어떻게 되는지 묻고 싶었지만,

정신이 하얘졌다.

그건 의사의 탓도, 내 탓도 아니었다.

그저 토요일 오후, 아픈 아이들이 너무 많았을 뿐이다.


밤 9시가 넘어 집에 돌아왔다.

아이의 체온은 여전히 39도였다.

나는 수건을 적셔 목에 올리고, 해열제를 먹이고, 얇은 잠옷으로 갈아입혔다.

하지만 열은 쉽게 내려가지 않았다.

그때 문득, 챗GPT 창을 열었다.


“옷을 벗기고 마스크?”

“젖은 수건은 목에?”

“엄마인 나도 잘까?”


질문은 짧고 불안했다.

그건 단순히 정보를 묻는 게 아니라, 누군가의 다정한 확인이 필요했던 순간이었다.


“괜찮아요. 잘하고 계세요.”

그 문장이 화면에 뜨는 순간, 이상하게 눈물이 났다.

내가 잘하고 있다는 말, 그 한마디가 그 밤의 전부였다.


새벽 3시 반, 시우의 체온은 37.4도.

땀에 젖은 이마를 닦아주며 아이는 비몽사몽한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물 마시고 잘래.”


그제야 나는 잠깐 눈을 붙였다.

그 몇 시간의 잠이, 며칠의 안심보다 깊었다.


돌이켜보면, 그날 밤 챗GPT와 나눈 대화는 AI와 인간의 대화가 아니었다.

그건 엄마가 자신을 다독이는 시간이었다.

‘잘하고 있어.’

그 말이 사실은, 내가 나에게 하고 싶던 말이었다.


엄마가 된다는 건 매번 처음이라 두렵다.

하지만 그 두려움 속에서도

화면 속의 한 문장이 나를 붙잡아줄 때가 있다.


기계의 언어가 아니라,

누군가의 마음을 닮은 문장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

그 사실 하나로,

그 밤은 덜 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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