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원장은 병원 내에서 '독설 의사'로 유명하다.
돌려 말하는 법이 없는 그의 화법은 가끔 듣는 이의 심장에 상처를 낸다. 환자에게는 "자세가 그렇게 삐딱하니까 허리가 아픈 거죠"라며 대놓고 무안을 주기도 하고, 초콜릿 상자를 든 간호사에게는 "그렇게 단 걸 먹으니 치과에 돈을 쏟아붓는 거겠지"라며 찬물을 끼얹는 식이다.
그럼에도 훈훈한 외모 덕분에 병원 인근 할머니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어르신들은 차도남 스타일을 좋아하시는 걸까)
D원장의 독설은 수술실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정신 안 차려? 똑바로 안 해!”
수술실 공기를 순식간에 얼어붙게 만드는 그의 샤우팅은 이미 수술실 스태프들 사이에서 악명이 높았다. 고함 소리가 터져 나올 때마다 기분이 상하는 건 당연했지만, 워낙 뒤끝 없는 성격 탓에 우리는 그저 ‘D원장은 일할 때만 예민해지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넘겨왔다.
그러던 어느 날, 원장님의 아버지가 환자로 수술실에 들어왔다.
병명은 척추관 협착증. 다행히 수술할 정도는 아니여서 환자는 간단한 허리 시술을 위해 수술대에 누웠다. 수술이 아니기 때문에 환자의 의식은 또렷하게 살아있는 상태였다.
우리는 내심 기대 섞인 긴장을 했다. 제아무리 독설가라도 제 아버지 앞에서는 고분고분하고 효심 깊은 따뜻한 아들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 적어도 오늘은 그 지긋지긋한 고함 소리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겠다는 실낱같은 희망도 품었다.
하지만 시술이 시작되자마자 모두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환자가 수술대 위에서 자세가 불편한 듯 조금 뒤척이자, D원장의 손길이 평소처럼 거칠어졌다.
“아, 좀! 가만히 좀 계세요!”
원장님은 평소 환자들에게 하던 습관 그대로 아버지의 등을 툭툭 두드리며 강한 어조로 말했다. 순간 수술실 안의 모든 스태프가 얼어붙었다. 마스크 위로 ‘상대는 원장님 아버지인데?’라는 당혹스러운 눈빛이 교차했다.
더 당황스러운 건 환자의 태도였다. 아버지는 아들의 거친 말투와 손길이 익숙하다는 듯 헛기침을 한 번 하시더니 이내 미동도 없이 움직임을 멈추셨다. 부전자전인 건지 아니면 아들의 성미를 가장 잘 아는 분의 체념인지는 알 수 없었다.
원장님은 여느 환자를 대하듯 무뚝뚝하고 거칠게 시술을 이어갔다. 거칠지만 정교한 그의 손놀림 덕분에 시술은 무리 없이 진행됐다. 원장님은 눈앞의 환자가 자신의 부모라는 사실을 망각한 채, 오로지 당장 진행 중인 시술에만 모든 신경을 쏟아붓는 듯 보였다.
시술은 무사히 끝났고 환자는 병실로 옮겨졌다. 수술실을 나가는 D원장의 뒷모습을 보며 그동안 내가 봐온 그의 독설가 이미지는 컨셉이 아닌 그의 진짜 모습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평소 D원장에게 호되게 당했던 기억들이 스쳐 지나갔지만, 왠지 모르게 그날 이후로는 그가 예전처럼 무섭지 않았다. D원장은 투명할 정도로 그저 누구에게나 공평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알아버렸으니까.
차트에는 기록되지 않는 병원의 네 번째 이야기.
병원 안에서는 부모도 환자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