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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 Oct 13. 2021

공부는 얼마나 해야 할까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매 학년이 시작할 때마다 써야 하는 서류에 꼭 들어 있는 질문이 있다. 아이가 바라는 장래 희망, 그리고 부모가 아이에게 바라는 장래 희망. 아이야 미래의 자신이 되고 싶은 일을 서스럼 없이 말할 수 있다 쳐도 부모는 내 아이가 어떤 직업을 갖길 바란다고 말하는 것이 너무 섣부른 일인 것 같았다. 결국 나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아이가 바라는 일'이라고 써서 냈다.


아이가 어떤 꿈을 꾸든 간에 아이가 그 꿈을 이루려면 공부를 해야 한다. 초중고 12년, 더 나아가 대학, 대학원까지 간다 하면 12년 이상을 뛰어야 하는 마라톤이다. 대부분의 부모들이 이 마라톤에서 자신이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할지 고민이 많을 것이다. 아이가 중요한 시기를 흘려버리지 않게 적극적으로 이끌어주는 역할을 할지, 아이가 알아서 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역할을 할지, 혹은 저 둘의 중간 어디에선가의 역할을 할지.


내가 초등학교 4학년 즈음, 같은 반 남자애의 생일 파티에 초대를 받아 그 애 집에 갔다. 그 당시 생일 파티 코스는 거의 비슷했다. 생일 선물을 사들고 - 선물은 대부분 천 원짜리 문구류 선물세트였다 - 친구의 엄마가 차려주신 음식을 먹고 놀이터에서 주구장창 노는 것이었다. 여느 때처럼 생일 주인공에게 생일 선물을 전달하고 음식을 먹은 후 놀이터로 나가서 놀았는데, 조금 놀다 보니 그 아이의 엄마가 놀이터로 와서 그 아이를 불렀다.

"지용아, 이제 들어가자. 공부할 시간이야."

아니, 생일 주인공이 먼저 들어가다니! 그건 일반적 생일 파티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다른 생일 파티에서는 친구들이 어떻게 헤어졌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각자 먼저 갈 사람은 먼저 갔는지, 아니면 이젠 그만 놀자며 일제히 헤어졌는지. 어쨌든 생일 주인공만은 끝까지 그 자리에 있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그 당연한 룰을 다른 것도 아닌 공부로 깬다고? 친구들은 생일 주인공이 집에 들어간 후에 엄청 흉을 봤다.

"이럴 거면 생일 파티에 초대하지나 말지."

"저렇게까지 공부해서 어디 성공하나 보자."라고 얘기한 애도 있었던 것 같다.

먼 훗날 그 아이에 대해 들리는 소문으로 서울대에 갔다나 어쨌다나.


지나고 보니 '생일날까지 흐트러지지 않고 공부해야 서울대 가는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내 아이에게는 그렇게까지 요구하고 싶지 않은 엄마의 마음이다. '공부가 다가 아니니 내 아이가 자신만의 즐거움과 행복을 느끼며 살 수 있게 엄마로서 극성 떨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하면서도 기왕이면 내 아이가 공부를 잘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도 솔직한 심정. 아이에게 극성으로 시키지 않으면서 아이가 알아서 잘 해주길 바라는 이 마음, 욕심이 과해도 너무 과한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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