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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 Oct 21. 2021

평범한 사람의 평범한 이야기

브런치 작가 선정 후기

싸이월드가 대유행이던 시절 나는 내 싸이 다이어리에 이것저것 많이 끄적이곤 했다. 긴 글, 짧은 글, 재미있는 글, 지루한 글. 어차피 나에게 배정된 공간이라는 생각에 마음 편하게 글을 썼다. 그 땐 아이를 낳기 전이라 물리적인 시간이 많기도 했다.


싸이월드가 사라진 후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SNS 활동을 했다. 그런데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은 아무래도 사진 위주라 긴 글을 쓰기가 어려웠다. 쓰면 쓰는데 여러 사람의 게시물이 쫙 펼쳐진 곳에 긴 글을 쓰는 것이 생뚱맞게 느껴질 것 같았다. 게다가 내가 쓰는 글의 주제는 사회적 이슈나 문화적 컨텐츠 관련도 아니고, 지극히 평범한 일상 속 이야기들이었다.


네이버 블로그는 엄두가 나지 않았다. 나는 맛집 전문가도, 여행 전문가도, 육아 전문가도 아닌데 블로그를 어떻게 채워야 할지 막막했다. 그리고 블로그는 디자인 감각을 꽤 요하는 공간이다. 사진과 글을 적당히 배치하면서 방문자의 시선을 끌어야 했다.


내게는 디자인 감각 없이 글만으로 승부할 수 있는 매체가 필요했다.

당연히 브런치였다.

(브런치에도 다양한 이미지와 글씨 색상 등으로 감각 있게 꾸미는 분들이 많다. 이건 나중에 안 사실.)


아아, 그런데 브런치는 아무나 글을 쓸 수 없었다.

쓰는 거야 자유지만 브런치 작가로 선정되어야만 글을 발행할 수 있었다.

작.가.

내게 중압감을 주는 두 글자.

'내가 작가로 글을 쓰겠다는 게 아닌데. 나는 그냥 글을 쓰고 싶은 건데...'

브런치가 야속했다. 치사하게 느껴졌다. 공간 좀 내주지.  

'아무한테도 보이지 못할 글을 혼자 쓸 거라면 굳이 브런치라는 공간이 필요할까? 다른 공간에 써놔도 되지 않을까?'

결국 몇 년 전엔 도전할 엄두를 내지 못 하고 포기하였다.


몇 년 후, 쓰고 싶은 이야기들이 스멀스멀 생기기 시작했다. 몇 년 동안 생각났다, 잊혀졌다를 반복하던 이야기들이었다. 새롭게 쓰고 싶은 이야기들도 생각났다.

나는 브런치 작가가 되지 못 하더라도 일단 써보기로 했다. '많이 써놓으면 브런치에서 불쌍해서라도 뽑아 주겠지.' 하는 마음으로 생각나는 얘기들을 써보았다.

틈틈이 브런치 작가 선정 후기들도 읽어 봤다. 한 번에 된 사람들도 있고 수 차례 고배 끝에 합격한 사람도 있었다. 머릿 속으로 신청 양식(자기 소개와 활동계획)에 어떤 내용을 쓸까 구상하다가 어느 날 밤 신청을 하였다.


브런치 작가로 선정되지 않더라도 좌절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떨어지면 좀 더 글을 많이 써놓고 재도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마음을 먹었는데도 막상 신청을 하고 나서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번뇌의 연속이었다.

나는 특별한 직업도 아니고, 어디 해외 살고 있는 것도 아니고, 크나큰 사건을 겪은 것도 아니고 뭐 하나 내세울 게 없는 평범한 사람인데 과연 될까?


브런치 작가를 신청하고 3일 후 선정 소식이 왔다!

요 근래 느낀 가장 큰 설렘이었다.


그래, 생각해 보면 이 세상에 특별한 사람보다 평범한 사람이 더 많은데 평범한 얘기 쓰는 사람도 있어야지.

(브런치에도 평범한 일상을 그리는 분들이 많고.)


넘쳐나는 글들 중에서 내 글이 누군가에게 작은 재미와 일말의 공감을 주었으면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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