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은 왜 괴로운가

아, 괴롭다.

눈 떠서 일하러 가기도 괴롭고, 꾹 참고 회사 가서 일을 해도 괴롭고, 퇴근하고 돌아오는 길도 괴롭다.

대체 직장인은 왜 이리도 괴로운 건지 포털 사이트에 '직장인은 왜 괴로운가?'라고 검색해 보았다.

직장 내 괴롭힘, 성희롱, 폭언 등 사례가 나온다.

음... 다행히도 그런 일은 안 당하고 있는데, 그래도 괴롭다.

직장 생활이 왜 괴로운지 말해주는 이가 없어서 곰곰이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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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킨 실타래가 내 앞에 놓여 있다. 이건 엉켜도 보통 엉킨 게 아니다.

가만히 본다.

'이걸 어떻게 풀지?'

이리 보고 저리 본다.

이번엔 이렇게 손대 보고 저렇게 손대 본다.

'아, 이건 내가 혼자 할 게 아니다. 다른 쪽에서도 손을 대줘야 그나마 풀릴 것 같다.'

협력업체에 도움을 요청한다.

"이런 방안으로 수용 가능하실까요?"

협력업체에서 답이 왔는데 내가 원하는 방향이 아니다. 서로의 입장이 다르다.

다시 한 번 협력업체에 연락한다.

회사 내 카운터파트너에게도 도움을 요청한다.

"확인 후 회신 부탁드립니다."

근데 기다려도 액션이 없다.

"이거 급한데 언제 회신 가능하실까요?"

그랬더니 자기네 앞에는 다른 엉킨 실타래가 있단다. 그게 더 급하고 중요한 거라고 한다.

같이 풀어도 될까 말까 한데 답답하다.

엉킨 실타래는 풀리지 않은 채 그대로다.

신기하다.

시간과 노력을 들였는데 결과물이 없다.

갑자기 카운터파트너에게 연락이 온다.

엄청 급한 실타래가 있단다. 빨리 풀어 달란다.

지금 내 앞에도 엉킨 실타래 많은데.

급하다고 난리이고, 그 실타래가 내 앞에 있는 것보다 덜 어려워 보인다.

하나하나 풀기 시작한다.

그 와중에 상사가 내 앞에 있는 실타래는 도대체 언제까지 풀 수 있냐며 실타래 뭉치를 들었다 놨다 한다.

"하고 있습니다."

위에서 관심 있게 보고 있는 사안이니 빨리 하란다.

몇날 며칠 겨우겨우 이쪽 저쪽을 풀어서 실 가닥들을 만들어냈다.

비록 완전히 깨끗하게 다 풀어내진 못 했지만, 서로의 입장이 다 다르기 때문에 그건 애초에 불가능하다.

여기까지가 최선이다.

결과물을 상사에게 보여준다.

이건 왜 이 방향으로 풀었냐, 왜 여기서 매듭을 지었냐, 여기 뭉쳐 있는 부분은 확인해 봤냐, 이 부분은 더 풀어봐라.

그러더니 갑자기 지시가 엉뚱한 방향으로 튄다.

과거 실타래 뭉치들을 싹 다 갖고 와봐라, 여기 엉킨 실타래 뭉치들이 또 있는데 지금 이것과 연결이 되어 있으니 이 참에 같이 풀어야 하지 않겠느냐.

지금 내 앞엔 이 뭉치 외에도 다른 여러 실타래 뭉치가 있는데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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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의 일은 명확한 수학 문제가 아니다. 정답이 없다. 간혹 숫자 계산으로 떨어지는 명확한 일도 있긴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그래서 어렵다.

그리고 나 혼자 일하지 않는다. 팀원부터 타 부서, 상사, 협력업체 혹은 정부기관 등 여러 사람과 같이 일해야 한다. 사람들은 저마다 생각이 다르다. 그래서 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