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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 Oct 27. 2021

멋모를 때가 좋았지

브런치 작가 선정 후 10일 경과 후기

브런치 작가에 신청하기 전, 나는 약 10개의 글을 써두었다. 브런치 작가 신청에 글 3개를 링크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나는 써놓은 글은 다 링크하겠다고 생각했다. 신청할 때 보니 3개만 체크가 되는데 준비할 땐 미처 몰랐다. 그저 양으로 승부해야지, 란 생각이었다.

무엇보다도 난 쓰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다.

활동 계획 (쓰고 싶은 주제)에 구상한 대로 회사와 육아 이야기를 써나갔다.


브런치 작가에 선정되고 글을 올리니 라이킷이 달리기 시작했다.

'내가 아직 지인들에게 홍보도 안 했는데 라이킷이 달린다고?'

신기하고 기뻤다.


써놓은 글을 아껴서 올려야지, 싶다가도 조회수와 라이킷 수를 보면 매일 글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글을 새로 올려야 누군가 방문을 하기 때문이었다. 새 게시물이 없어서 누구도 찾지 않는 상태가 싫었다.

낯선 느낌이었다.

하루에도 몇십 번씩 브런치 통계를 들락날락였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좋아요 수는 평소에 신경도 안 쓰며 살았는데, 브런치 통계에 집착하게 되다니?!

(유튜브를 생업으로 하는 사람들의 구독과 좋아요 외침을 이해하게 되었다.)


더 견디기 어려운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얘기지만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이 이 세상에는, 아니 브런치에는 정말로 많았다. 브런치에 입성하고서 많은 사람들의 글을 읽게 됐는데, 읽고 읽다보니 나는 선악과를 먹고 부끄러움을 알아버린 이브가 되어버린 느낌이었다.

'이렇게 좋은 글들이 많은데 내가 글을 쓴다고? 나의 하찮은 이야기가 재미가 있을까?'

한번 그런 생각이 드니 갑자기 아무 것도 쓰기가 싫어졌다.


 멋모르고 맘 편하게 써제꼈을 때가 좋았지.


한 1주일을 쉬었다.

마침 회사 일에 시달리느라 나는 사고불능 상태라 더욱 뭔가를 쓸 마음이 안 생겼다.

새로운 글을 올리지 않아도 방문자 수는 다행히 0은 아니었다.

'브런치 작가'  키워드로 유입되어 낚이신 분들이 좀 있어 보였다. (나의 지난 글 브런치 작가 선정 후기가 브런치 작가를 준비하는 분들에게 친절하고 유용한 후기는 아니었음을 인정한다.)


그래도 돌아왔다.

글마저 쓰지 않으면 삶이 너무 팍팍할 것 같다. 적어도 나는 쓰면서 즐거운 것 같다.

이젠 통계에 집착하지 않고, 스스로를 압박하지 않고 남과 비교하지 않고 살겠다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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