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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 Oct 28. 2021

직장 생활의 나쁜 덕목

성실과 책임감

"우리 집엔 '성실'이라고 써있는 도자기가 있어."

회사 친구가 말했다.

"뭐라고? 그게 원흉이었구나!"


성실과 책임감은 직장 생활 뿐 아니라 우리네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덕목이다.

성실은 어떤 일을 꾸준히 할 수 있게 하는 힘이며, 책임감은 내 일은 내가 끝까지 해낼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다.


그런데 신기하다.

직장 생활에서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일은 점점 많아진다.

이 사람한테 이 일을 시켜 보니 잘 하네? 그럼 더 준다.

저 사람한테 일을 줬더니 제대로 일이 안 돌아가네? 그럼 그 일을 떼내어 이 사람한테 준다.   

빈익빈 부익부가 여기서도 적용된다. 적당히 요령 피우거나 사고 치는 사람들은 일이 점점 줄어들고, 일이 많아도 묵묵히 해내는 사람들은 일이 점점 많아진다.


주어진 일이 많아지면 결국 시간과 능력의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당연히 놓치는 일도 한두 개 생긴다. 질책을 받는다. 질책을 받느라 시간을 빼앗긴다. 또는 그 일을 수행함으로써 동반되는 일련의 과정 - 예를 들어 예상치 못한 보고, 국가기관의 조사, 내외부 클레임 등 - 에 연루될 가능성도 크다. 그러면서 그런 일에 대처하기 위한 일이 더 늘어난다.


같은 월급 받으며 누구는 시달리고 볶이면서 사는데, 누구는 적당히 산다는 느낌이 든다면 그 다음부터 회의감이 들기 시작한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러고 사는가!


인정이고 좋은 평가고 다 소용 없다는 생각이 든다.

성공하는 것보다 하루하루 안빈낙도의 삶을 사는 게 나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요새는 직장 내 성공이란 것도 없다. 쭉쭉 올라가면 중압감만 커지고 회사 나갈 일만 가까워질 뿐.



회사 친구들과 회사에서 괴로운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결국 친구네 집 '성실 도자기'까지 등장하였다.

친구의 부모님은 성실함을 강조하다 못해 도자기 밑바닥에까지 성실을 새겨넣으셨다고.

우리 집도 어렸을 적 가훈이 성실이었다. 그 당시 대부분 집의 가훈은 다 성실이었던 것 같다.


아아, 성실!

우리는 왜 이토록 성실하여 고통을 받는가!


아무리 생각해도 친구네 집 '성실' 도자기는 깨는 것이 좋겠다.

이 참에 내 마음 속 '성실'과 '책임감'도 절반 쯤은 깨부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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