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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 Mar 11. 2022

아이 어록

추운 겨울이 가고 완연한 봄으로 들어서는 요즘, 아이들도 생기를 되찾았다. 

3월에 아이들과 대화할 때 인상 깊었던 아이 어록(?)을 남겨 본다.


* 건: 큰 아이, 초4

* 규: 작은 아이, 초1


1. 키 번호 1번이라 행복!


건: 엄마, 나 키 번호 1번 됐어!

나: 뭐라고? 우리 건이 많이 컸다고 생각했는데 키 번호 1번이라고?

건: 응! 우리 급식실 갈 때 키 번호대로 서거든. 1번이면 맨 먼저 먹을 수 있어. 그래서 행복!


...하아.

어릴 적부터 또래보다 많이 작아서 걱정이 많이 됐던 아이다. 그래도 요즘은 또래보다 많이 작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그건 나의 착각이었나! 반에서 제일 작다니...(엄마 좌절)


2. 웃으면 복이 오고 웃지 않으면 불행이 온다.


건: 엄마, 오늘 학교에서 가훈 만들었어요.

나: 오, 그래? 뭐라고 만들었어?
건: "웃으면 복이 오고 웃지 않으면 불행이 온다."야. 어때요? 잘 만들었죠? (눈 반짝반짝)

나: 푸하하하! 안 웃으면 불행이 오는 거야? 웃기 싫을 땐 어떻게 해? 

건: 아니! 안 웃고 싶을 땐 안 웃어도 돼.

나: 그럼 불행이 찾아온다며?

건: 아니!!! 그게 아니라... 힝구...ㅠㅠ


아이의 가훈 덕분에 한참을 웃었으니 우리 집에 복이 오겠다. 가훈의 뒤쪽 말이 다소 저주 같지만 큰 웃음을 줬으니 합격이요!


3. 마스크는 절대 안 벗어. 차라리 신발을 벗겠어.


나: 규야, 여기 놀이터에 사람 한 명도 없다. 마스크 잠깐만 벗어봐. 사진 한 장만 찍자.

규: (그네를 타며) 안 돼!

나: 너 작년부터 얼굴 나온 사진이 하나도 없어. 입학했으니까 초등학교 1학년 된 모습 하나만 남기자.

규: 싫어! 마스크는 절대 안 돼. 차라리 신발을 벗겠어.

나: 신발은 왜 벗어? 여기 아무도 없으니까...

규: 안 돼! 저기 사람 한 명 오네.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교육이 너무 잘 되어 있어서 빈틈이 없다. 마스크 없이 사진 찍을 수 있는 날은 과연 언제쯤 올 것인가?

그런데 마스크와는 별개로 아들들이 사진 찍기를 너무 싫어한다. 한 장만 찍자고 해도 싫단다. 

찍기 싫으면 말아라~ 흥! 칫! 뿡!


4. 맴매가 뭐야? 어우, 그건 너무 잔인하다.


규: 엄마, 맴매가 뭐야?
나: 어, 매는 알아?

규: 매가 뭐야?

나: 옛날엔 어른들이 애들 혼낼 때 막대기로 아이들을 때렸거든. 그게 매야.

규: 맴매는 뭐야?
나: 매를 애기들한테 말할 때 좀 귀엽게 '맴매'라고 말한 거지.

규: 근데 왜 때려?

나: 그렇게 해야 교육이 된다고 생각한 거야. 부모님이 교육할 때나, 예전엔 학교에서 선생님도 학생 매로 때렸어.

규: 어우, 그건 너무 잔인하다. 말로 하면 되는데 왜 때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잔인한 게 뭐야?"라고 뜻을 묻던 아이가 어느 새 '잔인'이란 단어를 쓰기 시작해서 놀랐다. 제대로 활용한 건지는 살짝 의문이 들지만. 

우리 아이 뿐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매의 존재나 의미를 모르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힘이 센 어른이 힘으로 아이들에게 공포를 주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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