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이 가고 완연한 봄으로 들어서는 요즘, 아이들도 생기를 되찾았다.
3월에 아이들과 대화할 때 인상 깊었던 아이 어록(?)을 남겨 본다.
* 건: 큰 아이, 초4
* 규: 작은 아이, 초1
건: 엄마, 나 키 번호 1번 됐어!
나: 뭐라고? 우리 건이 많이 컸다고 생각했는데 키 번호 1번이라고?
건: 응! 우리 급식실 갈 때 키 번호대로 서거든. 1번이면 맨 먼저 먹을 수 있어. 그래서 행복!
...하아.
어릴 적부터 또래보다 많이 작아서 걱정이 많이 됐던 아이다. 그래도 요즘은 또래보다 많이 작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그건 나의 착각이었나! 반에서 제일 작다니...(엄마 좌절)
나: 오, 그래? 뭐라고 만들었어?
건: "웃으면 복이 오고 웃지 않으면 불행이 온다."야. 어때요? 잘 만들었죠? (눈 반짝반짝)
나: 푸하하하! 안 웃으면 불행이 오는 거야? 웃기 싫을 땐 어떻게 해?
건: 아니! 안 웃고 싶을 땐 안 웃어도 돼.
나: 그럼 불행이 찾아온다며?
건: 아니!!! 그게 아니라... 힝구...ㅠㅠ
아이의 가훈 덕분에 한참을 웃었으니 우리 집에 복이 오겠다. 가훈의 뒤쪽 말이 다소 저주 같지만 큰 웃음을 줬으니 합격이요!
나: 규야, 여기 놀이터에 사람 한 명도 없다. 마스크 잠깐만 벗어봐. 사진 한 장만 찍자.
규: (그네를 타며) 안 돼!
나: 너 작년부터 얼굴 나온 사진이 하나도 없어. 입학했으니까 초등학교 1학년 된 모습 하나만 남기자.
규: 싫어! 마스크는 절대 안 돼. 차라리 신발을 벗겠어.
나: 신발은 왜 벗어? 여기 아무도 없으니까...
규: 안 돼! 저기 사람 한 명 오네.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교육이 너무 잘 되어 있어서 빈틈이 없다. 마스크 없이 사진 찍을 수 있는 날은 과연 언제쯤 올 것인가?
그런데 마스크와는 별개로 아들들이 사진 찍기를 너무 싫어한다. 한 장만 찍자고 해도 싫단다.
찍기 싫으면 말아라~ 흥! 칫! 뿡!
규: 엄마, 맴매가 뭐야?
나: 어, 매는 알아?
규: 매가 뭐야?
나: 옛날엔 어른들이 애들 혼낼 때 막대기로 아이들을 때렸거든. 그게 매야.
규: 맴매는 뭐야?
나: 매를 애기들한테 말할 때 좀 귀엽게 '맴매'라고 말한 거지.
규: 근데 왜 때려?
나: 그렇게 해야 교육이 된다고 생각한 거야. 부모님이 교육할 때나, 예전엔 학교에서 선생님도 학생 매로 때렸어.
규: 어우, 그건 너무 잔인하다. 말로 하면 되는데 왜 때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잔인한 게 뭐야?"라고 뜻을 묻던 아이가 어느 새 '잔인'이란 단어를 쓰기 시작해서 놀랐다. 제대로 활용한 건지는 살짝 의문이 들지만.
우리 아이 뿐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매의 존재나 의미를 모르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힘이 센 어른이 힘으로 아이들에게 공포를 주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