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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 Mar 14. 2022

나는 나다

<방구석 미술관>을 읽고

  내로라하는* 화가들이 모였다. 뭉크, 고흐, 클림트, 고갱, 마네, 모네, 세잔, 피카소, 샤갈 등 미술사의 한 획을 그린 유명하고 영향력 있는 화가들이다. 결과론적으로 보니 새로운 시대의 문을 연 화가들이지만 화가 개개인은 작업하며 고민이 없었을까? 명작을 만들어 내기 위한 과정이 어땠을까?


  조원재, <방구석 미술관>은 화가들이 '진짜 나'를 찾기 위해 무던히 애를 쓴 과정을 그렸다. 신화와 성경에 충실한 그림이 당연하고 우수한 것으로 여겨지던 시대에 개인적인 체험을 자기의 느낌대로 그렸던 화가들, 형태나 색상에서 변화를 도모한 화가들. 이들의 작품들은 당시에 생소했고 획기적이고 충격적이었다. 그래서 비난받거나 당대에 인정받지 못한 이들이 많았다.

  

  이들은 대중에게 어필되기 위해, 또는 성공하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한 것이 아니었다. 화가 자신을 만족하기 위한 작품을 만들어 내면서 자연스럽게 새로운 사조가 생겨난 것이다. 아마도 그들은 그렇게 해야만 자신이 후련했을 것이라고 추측해본다. 그렇게 자신을 만족시킨 작품이 결국 대중에게 울림과 감동을 주었을 거라고.


  삶을 살아가는 데에 정답은 없습니다. 다만, 각자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삶의 빛'이 있을 뿐이죠. 고갱도 그러했고, 그는 그 빛을 따라갔습니다.
  약 150년 전의 퇴사 선배, 고갱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빛은 무엇일까요? 그는 '퇴사'라는 사건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단 한 번 명멸하는 삶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위해 어떤 행위를 할 것인가? 그 행위 속에 '진짜 나'가 있는가? 그 행위를 하는 것 자체가 '진짜 나'를 발견하고 완성하는 것인가?
  그는 자신의 삶과 작품으로 이런 물음을 끊임없이 던졌던 것 아닐까요? (p. 168)


  우리 모두 각기 다른 방식으로 '진짜 나'를 찾고자 한다. 대단한 예술가가 아니더라도 그렇게 할 수 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데 이름 남기는 건 위대하고 유명한 분들이 하실 테고, 나는 '나'를 찾기 위해 오늘도 생각하고 쓴다. 유한한 삶에서, 이 큰 세상에서 내가 남기는 것이 비록 잘 보이지 않는 점이라 하더라도. 


* 내로라하다

‘내로라하다’는 ‘나(我)+-이(계사)+-도(인칭법)-+-라(종결어미)+하-(爲)+다(어미)’로 분석된다. 중세 국어 때 주어가 1인칭 화자임을 나타냈던 ‘-오-’는 계사 ‘이-’ 뒤에서 ‘로’로 실현되었는데, 그것이 굳어져서 현대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출처: 국립국어원)

즉, 잘난 사람들이 서로 '나다' 하던 것을 이르는 말.

(개인적으로 이 말을 볼 적마다 재밌다고 생각해서 주를 달아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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