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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 Mar 17. 2022

우리 가족 여행 스타일

이런 여행도 있다

* 이 글은 개인의 경험을 소개하는 글로, 해외여행을 미화하거나 돈 자랑하기 위함이 아님을 미리 밝힙니다. 그럼에도 혹여나 불편하신 분들은 PASS 해주시면 되겠심더.




사람들이 각자 살아가는 방식이 다르듯이 여행 스타일도 다릅니다.

예전에 인스타그램에서 후배 가족의 여행 사진을 보고 '와. 이 집 부부는 애가 있는데 어쩜 저렇게 부지런하게 다닐까?' 감탄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유모차를 끌고 여행지를 샅샅이 돌아다니더라고요. 부부도 부지런하고 아이도 순하니 가능한 일이었겠죠. 유모차에만 앉히면 고음역대 돌고래 소리를 내며 분노하던 저희 큰 아이와는 확실히 달라 보였어요.

(큰 아이는 두 돌까지 유모차에 탄 적이 몇 번 안 됩니다. 오히려 좀 커서 동생 태어나고 유모차를 탔지요.)


여행 준비


아이들과 가는 여행은 너무 먼 곳으로 잡지 않습니다. 비행시간 3~6시간이 아이들이 견딜 수 있는 한계인 것 같아요. 아, 그 이상 장거리 비행은 안 해 봐서 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모르겠네요. 어쨌든 저는 아이들을 데리고 홍콩, 괌, 방콕, 다낭, 싱가포르 등의 여행지를 다녀왔습니다.  


호텔은 비교적 깨끗하고 좋은 호텔을 잡습니다. 저희 가족은 호텔에 머무는 시간이 아주 길기 때문입니다. 수영장은 호텔을 선택할 때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장소입니다. 아침부터 오후까지 수영장에서 놀아야 하고 며칠을 묵는 동안 기분 전환도 해주면 좋기 때문에 수영장이 여러 개인 곳이 좋습니다. 수영장 옆에 쉴 장소가 많은 것도 중요하지요. 방갈로나 비치 의자가 편한 곳인지 살펴봅니다.

 

저는 호텔을 예약할 때 조식 뷔페를 꼭 포함합니다. 호텔 뷔페가 호텔 근처 카페나 식당 대비 가성비가 떨어진다고 조식 뷔페를 좋아하지 않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건 똑똑하고 바지런한 이들에게 가능한 일인 듯합니다. 한 끼라도 편히 먹을 수 있는 호텔 조식을 저는 선호합니다. 서칭하고 움직이는 부담을 덜기 위해서죠. 그리고 괜찮은 호텔들은 보통 조식도 맛있더라고요.  


호캉스란 이런 거다!


좋은 호텔을 예약했으면 그 안에서 최대한 즐겨야죠.

제 동생은 예전에 좋은 호텔 잡아놓고 외부 일정이 바빠서 그 호텔의 수영장이며 시설을 하나도 즐길 시간이 없었다고 하더라고요. 그 소릴 듣고 제가 어찌나 아깝던지.


저희 남편과 애들은 '한 발짝도 호텔 밖으로 나가지 않을 지어다.'라고 결의를 다졌나 봅니다. 얼마나 나가기 싫어하는지 한번 보실까요?

Mandarin Oriental Hotel (Singapore)

일단 조식을 먹자마자 후다닥 수영장으로 향합니다. 수영을 하고 간식을 먹고 또 수영을 합니다. 간식은 과자, 맥스봉(소시지), 주스, 우유 등을 챙겨 갑니다. 수영하고 먹는 맥스봉이 꿀맛이라고 하네요.

Hyatt Regency Hotel (Da Nang)

점심도 풀바에서 먹습니다. 대략 시간을 보고 점심때가 되어 가면 풀바로 가서 점심이 될 만한 메뉴를 주문합니다. 수영장 비치 의자로 가져다 달라고요. 아무거나 잘 먹는 남편과 저와 달리 저희 아이들은 한식파 밥돌이기 때문에 해외에 나가면 뭘 먹여야 할지 고민이 됩니다. 그나마 피자나 스파게티는 좀 먹어서 그런 메뉴로 시키고요, 엄마 아빠용으로 시킨 햄버거, 샌드위치에 딸린 감자튀김도 먹입니다. 태국에선 사테(꼬치)도 잘 먹었습니다.


풀바에서의 즐거움은 따로 있었으니 바로 맥주 한 잔, 칵테일 한 잔입니다. 수영장을 바라보며 맥주나 칵테일을 마시면 "여행 잘 왔다!"란 말이 절로 나옵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놀아야 하니 한 잔에 그치지만 그 한 잔이 저희 부부의 기쁨이니 놓칠 수는 없지요.

방콕과 싱가포르에서 마신 칵테일과 맥주
다낭 풀바에서 만난 자전거 달인. 플라스틱 컵에 담긴 칵테일, 비주얼만큼 맛도 없었...

다행히도 아이들이 저녁까지 수영장에서 놀지는 않습니다. 오후 정도 되면 애들이 좀 지쳐 보입니다. 그럼 이때다 싶어서 방으로 끌고 들어갑니다. (사실은 엄마 아빠가 피곤해서입니다.) 애들을 먼저 씻기고 노트북으로 유튜브를 틀어줍니다. 아이들이 유튜브를 보는 동안 수영복 빨아 널기, 그날 찍은 사진 정리, 어디 갈지 서칭 등을 합니다.


"하루 종일 호텔에 있었으니 저녁엔 좀 나갈까?"라고 하면 남편과 아이들의 반응이 뜨뜻미지근합니다. 수영해서 피곤하고 귀찮다는 겁니다. 몇 년 전엔 아이들이 어렸으니 체력이 지금보다 약했죠. 낮잠도 자고요. 나가려고 하면 누군가는 잠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 누군가에는 남편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이들은 나갈 준비가 되었는데 남편이 잠이 들었더라고요.


가열차게 수영을 하고 나니 그 노곤함을 어쩌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여행 첫날은 보통 호텔 근처 쇼핑몰을 혼자 먼저 둘러보러 갑니다. 제가 지리에 익숙해지면 그 다음 날이나 다다음 날에 남편과 애들을 데리고 가지요. 방콕의 쇼핑몰 Siam Center, 싱가포르의 쇼핑몰 Marina Bay Sands, Marina Square, Raffles City 등 한 시간 정도 혼자 산책하는 그 시간이 사실은 꿀 같은 자유 시간이었답니다.


키즈카페가 있는 호텔이라면 키즈카페 방문도 필수입니다. 싱가포르 상그릴라 호텔 같은 경우는 키즈카페 가는 길에 탁구대가 있어서 아이들과 탁구도 쳐봤네요.

Sangri-La Hotel (Singapore)

저녁은 제가 쇼핑몰에서 사 오기도 하고 호텔 룸서비스도 시켜먹고, 싸온 컵라면을 먹기도 합니다. 햇반과 김은 아이들을 위해 필수로 싸갑니다. 햇반이 은근히 부피가 커서 많이 싸가지 못하여 여행 막바지엔 부족할 때도 있는데, 그럴 땐 쇼핑몰 일식당이나 중식당에서 밥을 포장해 옵니다. (동남아에는 한식집보다 일식집, 중식집이 더 많더라고요.)



외부 일정은 여행 중에 한 번만


호텔도 물론 좋지만 그 지역의 다른 장소도 가고 싶습니다. 호텔에 꿀 발라놓은 삼부자를 데리고 나가는 게 힘이 들어서 외부 일정은 여행 중에 한 번만 갑니다.


베트남 다낭에서는 아시아파크라는 놀이공원에 갔습니다. 아시아파크는 오후 3시에 문을 엽니다. '무슨 놀이공원이 3시에 문을 열어?'라고 투덜대며 갔는데 가보니 이유를 알겠더군요. 3시에 입장했는데도 타들어가는 땡볕 때문에 밖에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오락실 같은 데에 들어가 있다가 5시경 나오니 그나마 살겠더군요. 열기는 여전했지만요.


싱가포르에서는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갔습니다. 덥고 줄이 길어서 아이들 입이 대빨 나왔습니다. 투덜대는 아이들을 보며 생각했지요.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여기에 왔는가?'

실내에 가짜 눈을 뿌려주길래 들뜬 목소리로 "얘들아, 실내에 눈이 온다!"라고 말했더니 그 당시 4살이던 작은 아이가 더워서 빨개진 얼굴로 "어차피 가짜 눈이잖아."라고 말했습니다. 너의 동심 어디 갔니? 응?

Universal Studio (Singapore), Asia Park (Da Nang)

역시 호텔에만 있는 게 남는 장사인 것 같습니다만, 그래도 여행 기간 내내 호텔에만 있는 건 너무 답답하잖아요. 외부 일정 포기 못해!  


대중교통도 여행의 일부


저희 아이들은 지하철 애호가입니다. 특히 큰 아이는 수도권 지하철 노선을 줄줄 외우는 진정한 지하철 덕후지요. 그래서 해외에서도 지하철을 꼭 타보고 싶어 합니다. 여행지 중 지하철이 있는 곳은 홍콩, 방콕, 싱가포르였습니다. 큰 아이는 가장 최근에 갔던 싱가포르 (3년 전이네요.)의 지하철 노선도 가물가물 기억하고 있더라고요. "보라색 노선이 North East Line이었나?"라면서요.


그리고 이층 버스도 아이들의 흥미를 자극하는 대중교통입니다. 싱가포르에서는 낮잠 자는 남편을 놔두고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서 이층 버스를 탔습니다. 기사님이 어디까지 가냐고 묻습니다. 도착지에 따라 요금이 달라지기 때문이죠. 어딜 갈지 생각 안 했는데 당황스럽더군요. 다음 정류장에서 내린다고 말했습니다. 다음 정류장에서 내리는데 애들은 더 타고 싶답니다.

"안 돼. 너무 멀리 가면 못 돌아가."라며 아이들을 달랬습니다. 쇼핑몰에 들어가 먹은 카야 토스트가 아주 꿀맛이었습니다.


싱가포르 이층 버스, Toast Box에서 먹은 카야토스트


방에서 유튜브 본 게 가장 좋았어요


수영하고 멋진 야경도 보고 며칠 동안 즐겁게 잘 놀고 온 후 집에 돌아왔습니다.

아이들에게 가장 좋았던 순간을 물었습니다.

"방에서 유튜브 본 게 가장 좋았어요."

뭐라고? 비싼 돈 들여 해외여행을 갔다 왔는데 방에서 유튜브 본 게 가장 좋았다고?


너희는 앞으로 집에 있어! 여행 가지 마!!!   

분노하는 제 마음의 소리가 들리시죠?


남는 건 사진뿐


남는 건 사진뿐이라고 하죠. 아이들이 어릴 땐 더 그러한 것 같습니다. 아이들은 빠르게 크니까요. 아이들의 귀여운 모습을 많이 남겨놔야죠. 그리고 아이들이 어릴 적에 간 여행을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으니 사진으로 증명을 해야 합니다.


남편은 매년 아이들의 사진을 모아 앨범을 만들어 줍니다. 여행 사진을 비롯하여 1년 동안 아이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묶어 놓으니 작품이 되네요. 아이들과 사진을 보며 추억 얘기도 나누고요.


재밌는 건 배경이 다 수영장이어서 남편과 아이들이 거기가 어디였는지 제대로 기억을 못 한다는 겁니다. 수영복도, 수영 모자, 물총과 튜브 등도 똑같으니 헷갈릴 수밖에요.

삼부자가 방콕 켐핀스키 호텔을 다낭 하얏트라고 하고, 아니라고 싱가포르 샹그릴라라고 하고 뭐 그런 모습을 보면 웃음이 나옵니다. 호텔을 예약하고 여행을 계획했던 제가 나서야 어디서 찍은 사진인지 판명이 되죠.


아이들 성장 앨범 (2017~2020년)


이렇게 정리하고 보니 여유롭게 여행 갔던 그 시절이 더욱 그립네요. 여행을 가기 위해 여행 전후에 더욱 바쁘고 치열하게 살았던 게 현실이었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여행을 가서 가족이 함께 웃고 놀았던 기억이 더 크게 남아 있으니까요.


여러분의 여행은 어떤가요? 아마도 저희 베짱이 가족보다는 알차고 재밌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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