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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 Mar 25. 2022

공개 수업과 학부모총회

코로나 전후 비교

큰 아이는 코로나 이전인 2019년에 초등학교를 입학했습니다. 작은 아이는 올해 2022년에 입학을 했지요. 그래서 공개 수업과 학부모총회의 모습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큰 아이가 1학년일 때는 제가 출근할 때여서 입학식 날을 비롯하여 3일을 연달아 휴가 냈습니다. 직장 맘이라면 공감하실 텐데요, 입학 첫 주에 엄마들을 사귀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습니다. 누구라도 알아 내야 학교 돌아가는 상황도 알고 정보도 얻을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성과는 없었습니다. 누가 누군지 알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애도 누가 자기 반인지 아직 모르고 엄마도 두리번두리번하다 끝났습니다. 그다음부터 저는 다시 출근해야 했고 아이는 하교 후 돌봄 교실에 가서 아이 엄마를 사귈 기회가 전혀 없었습니다.


선배 맘들한테 이런 상황을 토로했더니 엄마들을 입학 첫 주에 사귀는 게 아니랍니다. 3월 3주 차에 하는 학부모총회가 중요한 자리랍니다. 그때 한 반 엄마들의 얼굴도 보고 연락처도 교환한다고요.

당연히 그날 휴가를 냈습니다. 보통 공개 수업과 학부모총회는 같은 날에 합니다. 오전에 공개 수업을 갔다가 집에 갔다가 오후에 학부모총회를 하러 다시 학교에 가는 것입니다.


드디어 D-Day입니다. 반 뒤에서 공개 수업을 봤습니다. 1학년 아이들이 바짝 긴장한 모습이 아주 귀엽습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우리 애밖에 안 보입니다. 아, 물론 특별히 산만한 아이는 좀 눈에 들어옵니다.


공개 수업이 끝나고 나니 학부모인 제가 더 긴장했는지 피곤이 몰려옵니다. 부리나케 집에 갑니다. 학부모총회 시간에 맞춰 학교에 다시 갔습니다. 큰 아이 담임 선생님은 1학년을 많이 맡으신 베테랑 교사셨는데 좀 무서웠습니다. 반 단톡방 만들지 말라, 생일파티하지 말라, 그런 것들이 문제의 소지가 된다고 강하게 얘기하셨습니다. 그 학교는 그런 문제의 소지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반 대표도 뽑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무서운(?) 얘기 덕분인지 총회가 끝나고 학부모들은 뿔뿔이 사라졌습니다.


아니! 나 누구라도 사귀어야 하는데!!!


돌봄 교실 서류를 쓸 때 봤던 엄마를 붙잡고 물어봅니다.

"저희 반은 안 모이나요?"

"아! 아까 공개 수업 끝나고 버거킹 가서 커피 마셨는데요. 그때 연락처도 교환했어요."


망했...


부랴부랴 그 엄마와 연락처를 교환하고 단톡방이 생기면 저를 넣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렇게 그 엄마가 챙겨주어 반 단톡방에 낑겨 들어가서 반 남자아이들과 함께 하는 축구 수업에 들어가고, 한 달에 한 번 하는 숲 체험 수업(산에서 하는 자연 수업)도 신청했습니다.




작은 아이 입학에 맞춰 제가 휴직을 시작하여 작은 아이는 돌봄 교실을 신청하지 않았습니다. 12시 반 하교 시간에 맞춰 교문으로 데리러 가서 놀이터에서 놀다 옵니다. 회사 다닐 때는 놀이터가 사교의 장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니 그것도 아니네요. 왜냐하면 아이들이 원래 알던 애들과 놀기 때문입니다. 엄마들도 원래 알던 엄마들과 대화하죠. 그러니까 유치원 인맥(?)이 초등학교까지 이어지는 겁니다. 입학하고 1~2주 동안은 누가 자기 반인지 잘 모르니 어쩔 수 없습니다.


입학 3주 차, 대망의 공개 수업과 학부모총회 날입니다. 코로나 시대니 공개 수업과 학부모총회도 온라인으로 진행합니다. 공개 수업 이틀 전에 교실에 카메라가 설치되었다고 합니다. 어떤 모습일지 상당히 기대가 됩니다.


내 눈에는 너만 보여


카메라가 맨 앞 위에 설치되어 교실 전체를 비춥니다. 아이들이 많은데 보이긴 다 보이더라고요. 처음엔 학부모도 카메라를 켜서 아이들과 화상으로 인사했습니다. 아이에게 환한 미소로 인사해 주었죠. 그다음엔 수업 집중을 위해 학부모 화면은 끄신다고 했습니다. 아이들이 노래와 율동하는 모습에 마음이 뭉클해졌습니다. 선생님이 마이크로 수업해 주셔서 잘 들렸습니다. 나중에 아이들이 발표할 때는 목소리가 큰 일부 아이들을 빼고는 잘 안 들리더라고요. 마지막에 박수를 쳐주고 손을 흔들어 주고 나왔습니다.


아이가 하교한 이후에 학부모총회를 위해 아까 공개 수업에 들어갔던 링크로 들어갔습니다. 이번에는 학부모와 선생님들의 시간이죠. 아참, 학부모총회가 원래 중요한 의사 결정도 하고 그런 행사였을 텐데 지금은 그런 건 다 온라인 투표로 이루어져서 '학부모총회'란 이름이 아니라 '학급설명회'라는 이름이 되었더라고요.


선생님은 1학년 전반적인 생활과 학급에 대해 30분 간 설명해 주셨습니다. 학부모가 얘기할 기회는 없었습니다. 얘기할 기회를 주신다 해도 보통은 나서지 않지요.

"수고하셨습니다."란 마지막 인사만 하고 나왔지요.


언택트 온라인 시대라 엄마들과 연락처 교환을 할 기회가 사라졌습니다. 어느 집단이나 사람이 모이면 말도 많고 탈도 많다고 합니다. 이 시대엔 그런 문제는 적을 것 같네요. 물론 알음알음으로 집단이 형성되고 있는데 저만 모르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큰 아이 땐 엄마들을 사귀어야 한다는 초조함이 있었지만 한번 겪어본 일이라 그런지 지금은 그런 초조함이 덜합니다. 사귀게 되면 사귀고 못 사귀면 말고, 합니다.


그나저나 작은 아이도 유치원 때부터 숲 체험을 하고 싶어 했습니다. 매달 형을 부러워하길래 너도 1학년 가면 할 수 있다고 했는데... 이런 코로나 시대! 숲 체험을 하려면 10명을 모아야 하는데 아는 엄마들이 없어서 그게 좀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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