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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 Apr 21. 2022

20세기 사람들의 이름

어젯밤 자기 전에 큰 아이가 말한다.

"엄마, 20세기 사람들의 이름은 좀 특이해."

"예를 들면?"
"엄마 이름도 특이하고 아빠 이름도 특이하고. 할머니, 할아버지 성함은 더 특이하고."


나는 아이와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이는 제 부모가 20세기 사람이란다. 이건 뭐 세대 차이도 아니고 세기 차이니 너무 큰 거리감이다. 아이와 나를 굳이 세기로 구분하기가 왠지 싫어서 나는 구구절절 설명한다.


"아니, 그건 20세기 이름이라서가 아니라... 이름에도 유행이 있어. 그 시대에 많이 짓는 이름이 있는 거야. 너희 세대에 ㅁㅁ, ㅇㅇ 같은 이름이 많은 것처럼 엄마, 아빠 세대에는 이런 이름이 흔했어."

"아. 그렇구나. 근데 할머니, 할아버지 성함은 진짜 많이 특이해."

"응, 요즘은 없는 이름이긴 하지?"


아이가 잠들고 아이와의 대화를 남편에게 전해 주었다.

"건이가 20세기 사람들의 이름이 특이하대. 자기나 내 이름. 특히 할머니, 할아버지 성함은 더 특이하대."

"하긴, 우리 할머니랑 할아버지 성함도 지금 보면 특이하다."

남편과 나는 각자의 할머니, 할아버지 성함을 말해 보았다.

"그땐 안 이상했을 이름이 지금 들으니까 진짜 이상하긴 하다." 



패션도, 언어도 다 유행이 있다지만 이름에까지 유행이 있다는 사실이 새삼 신기하다. 내가 만약 동화를 짓는다면 주인공의 이름도 신중하게 고려해야겠단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내 딴에는 가장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이름을 지어도 요즘 어린이들이 보기에 특이한 이름이 될 수 있는 거니까. 베스트셀러가 아닌, 스테디셀러처럼 유행을 안 타는 이름이 있으면 좋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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