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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 Apr 22. 2022

Look up, or Don't look up?

영화 'Don't Look Up'을 보고

* 스포일러를 최대한 자제하여 썼습니다.



아이들을 재우고 넷플릭스에서 뭘 볼까 찾아봤다. 드라마든, 영화든 썩 구미에 당기는 작품이 없었다. 하릴없이 리모컨 버튼만 누르고 있으니 남편이 영화를 추천한다.


"캐치 미 이프 유 캔 봤어? 엄청 재밌어. 리플리는 봤어? 진짜 재밌으니 나중에 꼭 봐. 아! 돈룩업 봤냐? 이건 너 진짜 좋아할 영화야."

"어떤 내용인데?"

"혜성이 지구에 충돌하게 돼서 그걸 막으려는 사람들 얘긴데. 블랙 코미디야. 진짜 웃기고 유명한 배우들 많이 나오고 그 배우들이 연기도 엄청 잘해."

"음.. 혜성이 지구에 충돌한다면 나는 그냥 모르고 살다 죽을래."

"하여간 봐봐. 진짜 재밌다니까!"


작년부터 브런치 홈에 '돈룩업(Don't Look Up)'을 키워드로 한 많은 글이 추천으로 떴다. 유행에 뒤처진 나는 그 당시에 그냥 '그런가 보다.' 할 뿐 보려는 생각은 들지 않다가 남편의 강력 추천으로 '돈룩업'을 보기 시작했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박사 수료생 케이트(제니퍼 로렌스 분)가 너비 5~10km 짜리 혜성을 발견하는데 이 혜성의 노선을 계산해 보니 6개월 후 지구와 충돌하게 된다. 랜들 민디(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 교수가 계산해도 마찬가지다. 즉, 6개월 후 지구가 멸망한다는 얘기다. 이들은 다급하게 대통령(메릴 스트립 분)에게 상황을 알리지만 대통령은 시큰둥하다.


유명한 토크쇼 프로에 나가 위험성을 알리지만 쇼 프로 진행자들은 인류의 생존이 걸린 문제조차 가볍게 받아들일 뿐이다. 이에 분노한 케이트는 밈(재미있는 말, 행동, 표정 등을 패러디한 사진이나 영상)의 주인공이 되고 말주변이 부족해 가만히 있던 민디 교수는 '섹시한 천문학자'가 되어 인기를 얻게 된다.   

무조건 즐거운 게 능사가 아니다. 진실을 대면할 줄도 알아야...

혜성 충돌에 콧방귀도 뀌지 않던 대통령은 자신의 지지율이 떨어지자 인기를 올리기 위한 방편으로 핵을 발사하여 혜성의 궤도를 바꾸는 계획을 지시한다. 이 과정을 그린 내부 회의와 대국민 연설의 교차 편집이 아주 일품이다.

메릴 스트립의 대통령 연기 칭찬합니다.


그러나 스마트폰 및 IT 대기업 배쉬(Bash)사 CEO이자 대통령의 최고 후원자 피터 이셔웰(마크 라일런스 분)가 혜성에 고가의 광물이 발견되었다며 이 계획을 수정하도록 한다. 다 죽게 생겼는데 고가의 광물이 웬 말인가 싶지만, 거기서 발견된 광물로 전 세계 기아도 해결할 수 있단다. 경제 발전과 세계 평화, 좋은 명목은 다 갖추었다.

애플의 팀 쿡과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등등을 합쳐놓은 듯한 기업가 (마크 라일런스라는 배우라고 하는데 연기 정말 잘함)


종합하자면 정부와 언론, 기업 다 개판이다. 시민들도 마찬가지다. 지구 멸망보다 연예인의 이별 기사가 더 인기 있고, 지구 멸망은 SNS의 한 소재가 될 뿐이다. 디카프리오가 연기한 민디 교수는 이 심각한 상황에 바람까지 피운다. (위기 속에서도 사랑은 꽃 피우나니...)


혜성이 육안으로도 보이기 시작하면서 혜성이 지구로 다가오는 것을 올려 보자(=직시하자)는 'Look up파'와 올려 보지 말자(=심각하게 생각하지 말자)는 'Don't look up'파로 나뉘게 된다. 사람들은 각자의 믿음에 따라 주장하고 행동한다.

 



매 장면이 웃기면서도 현실인 것 같아서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돈룩업'의 포스터에서부터 'Based on truly possible events(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를 근거로 한)'이라고 표방하면서, 영화에 작정하고 현실을 반영했다.

영문판 포스터와 국문판 포스터


그렇다면 나는 과연 'Look up파'일까, 'Don't look up파'일까?

"혜성이 지구에 충돌한다면 나는 그냥 모르고 살다 죽을래."라고 내가 말했던 걸 생각해 보면 나는 어쩌면 진실을 외면하는 'Don't look up파'가 될지도 모르겠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일상을 살다가 무지몽매하고 우매한 대중의 한 명으로 그냥 그렇게 지구 멸망을 맞이할 것 같다고.


나의 노선(?)을 정하고서 영화에 나온 등장인물들의 행동을 다시 보니 고구마 백 개 먹은 듯 답답한 그들의 행동도 어쩌면 자신의 일상에 충실하게 산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천문학자는 자신의 본분에 맞게 혜성을 알린다. 정치인은 정치질을 하고 기업가는 이윤 추구를 한다. 언론은 시청자에게 인기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내고 대중들은 SNS를 한다. '다들 이것밖에 안 되는 거야?' 답답하고 화가 나지만 어쩌겠는가? 인간이란 속성이 이 모양인 것을.


영화에서 그려진 혜성 충돌은 실제로 기후 변화를 의미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지구 기후 변화는 이제 손 쓸 수 없이 심각한 경지에 다다라서 인류의 존속 기간이 100년도 남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 아이는 빨리 어른이 돼서 결혼하고 자식을 낳고 싶다는데 맘 편히 "그러렴."이라고 말해 줄 수 없는 현실이 슬프다. 작은 노력에 노력을 보태어 지구 멸망의 시기를 늦춰야 할 터인데.



마지막으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Nerd* 교수 연기에 박수를 보낸다. '로미오와 줄리엣'과 '타이타닉'에서의 그 꽃미남에 가슴 뛰던 시절이 생각난다. 지금은 그런 꽃미남은 사라졌지만 (크흑..) 연기파 디카프리오도 멋지다. 혹여나 디카프리오를 만난다면 연기파 배우 말고 꽃중년 배우로 방향을 선회할 생각은 정녕 없는지 사심을 담아 묻고 싶다.  


* Nerd(너드) : nerd는 영어사전에는 "바보, 얼간이" 등으로 풀이되어 있지만, 바보치곤 단수가 매우 높은 바보다. 지적 · 기술적으로 어느 1가지에 좁고 깊게 빠져 다른 세상일은 몰라라 하는 사람. (출처: Naver 지식백과) 



이미지 출처: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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