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살뜰하고 바지런한 주부들은 식재료를소분하여 보관한다.채소부터 고기며 심지어 해산물까지 깔끔하게 다듬어 밀폐용기에 넣어 냉동실에 넣어놓고 필요할 때마다 쓰는 그들의 솜씨에 나는 그저 입을 떡 벌릴 뿐이다.
뭔가를 소분해 본 건 애들 아기 때 이유식뿐이다. 퇴근 후에 이유식을 만들어서 소분하여 3일분은 냉장고에, 3일분은 냉동실에 넣어 보관했다. 이유식을 만들어야 하는 날 퇴근길은 발걸음이 무거웠다. 아기는 신기하게도 냉장고에 보관한 이유식은 잘 먹었으나 냉동실에 보관한 이유식은 뱉어내기 일쑤였다. 까다로운 입맛이었다.
요즘 큰 아이의 최애 간식이 있다. 바로 냉동 블루베리다.
아침 먹고 땡 점심 먹고 땡 저녁 먹고 땡~
하는 노래처럼 한창 꽂혔을 때는 하루에 서너 번씩 냉동 블루베리를 먹었다. 요즘은 그나마 덜해져서 하루에 한두 번이지만 아이는 먹을 때마다 맛있다며 감탄을 한다.
아이의 간식을 충당하기 위해 용기에 블루베리를 담아서 냉동실에 넣었다. 통에 덜어놓은 블루베리가 떨어지면 아이는 외친다.
"블루베리 리필이요!"
소분해 놓은 블루베리는 왜 이리 자주 소진되는지. 블루베리가 떨어지지 않게 재고 관리를 하는 것이 나의 중요한 임무다.
소분한 냉동 블루베리
아이가 냉동 블루베리를 먹는 방법은 두 가지다. 첫 번째 방법은 그냥 손으로 집어 먹기. 그렇게 먹으면 손과 입술과 치아가 보랏빛으로 변한다. 블루베리를 만졌던 손을 옷에 대면 옷도 보랏빛으로 물든다. 두 번째 방법은 블루베리에 우유를 넣어 먹기. 냉동 블루베리에 우유를 부으면 블루베리 표면에 우유 살얼음으로 코팅이 되어 블루베리 눈꽃빙수처럼 된다. 과학적으로 보면 당연한 건데 그래도 볼 때마다 신기하다.
냉동 블루베리에 우유 붓기
우유 코팅된 블루베리
큰 아이는 블루베리 홍보대사다. 자신의 시력이 좋은 것은 다 블루베리 덕분이라며, 우리 가족에게 블루베리를 권한다. 나와 남편은 아이가 권할 때 한두 개쯤 먹는 정도이다. 비싼 블루베리에 우리 입까지 더할 수는 없다. 작은 아이는 형이 블루베리를 권하면 질색한다. 형이 하도 극성맞게 블루베리 블루베리 해대니 반감이 드나 보다.